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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9. 2023
산책중 맨발걷기 열풍을 만나다
맨발걷기 효과
올해는 산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으름 때문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혼자서 집을 나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이기도 하다. 입추가 되니 아침 바람이 선선하다. 그러나 여전히 햇볕의 열기는 선선한 바람을 더운 열기로 채워버리고 남을 만큼이었다.
모처럼 산책을 나섰는데 비가 살살 내리고 있다. 머리 위로 내려앉은 이슬비가 싫지 않은 것은 구름이 땡볕을 가려주기 때문이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이다. 큰 비를 몰고 올 것 같은 작은 비이지만 산책을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 묵직한 허리와 버거운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는 걷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 폭우로 쏟아질지도 모르는 비라서 산으로 가려던 산책을 동네 한 바퀴로 만족하기로 한다.
작은 공원을 한 바퀴 팔자로 돌다 보니 걷기에 딱 좋은 온도이다. 이제 구애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지 목청껏 부르짖는 매미 소리가 더 우렁차진다. 아직 빗줄기가 세지지 않았다. 이 작은 공원으로 걷기는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걷기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지나가다 새롭게 피어있는 꽃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영상을 남겨본다. 무궁화 맨드라미 ... 이름 모를 풀꽃, 허리만큼 자라버린 쇠무릎 이 눈에 들어온다.
걷기 좋은 길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맨발걷기 열풍이 훅 다가온다. 산책로 입구에는 벗어놓은 신발들이 주인이 걷기를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맨발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한두 명꼴이었는데 이제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을 한두 명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와 흙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은 맨발로 걷는 길을 만들어서라도 걸어 다닐 판이다. 이산책로도 이제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이 더 무색할 정도이니 이 정도면 이곳도 맨발걷기 좋은 길이 돼버렸다.
흙길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로 내려서자니 가는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진 것이 느껴진다. 이제 곧 큰비가 되어 온몸을 적시더라도 맞아보고 싶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내 안에 흘려보내지 못한 스트레스를 모두 씻어버리게 말이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가 예상치 않다. 곧 큰 폭우로 몰아칠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 하고 산책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오늘처럼 걷기 좋은 날을 놓치기 싫어서일테고, 맨발로 걷는 열풍에 뒤치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태풍이 몰려올것만 같았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빗줄기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구름이 가려준 지상의 기온은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