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병아리를 상자 안에 그대로 둘 수는 없어 너무 불쌍하잖아"
시골에 도착한 병아리를 바로 합사 하면 쪼아버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두 마리 청계 닭이 살고 있는 닭장으로 당장 병아리를 합사 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그렇다고 닭장 창고에 그물막을 나누어 만들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병아리를 잠시 둘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창고는 많지만 창고 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는 들고양이들이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어린 병아리들은 들고양이 먹이가 될게 뻔했다.
생각해보니 김치냉장고가 놓여있는 곳은 문이 닫혀있는 곳이라 고양이들의 위험으로부터 병아리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병아리들을 김치냉장고가 있는 곳에 풀어놓기로 했다.
병아리들이 담긴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병아리들은 그동안 움츠렸던 고개를 쭉 내밀 었다. 어떻게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잠시 병아리들을 그대로 둔 채 모이를 담아왔다. 모이 그릇을 내려놓는 소리에 놀랐는지 상자 안에서 병아리들이 나와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모이 놓은 것을 깨닫지 못한 병아리들은 구석진 곳으로 나를 피해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안 되겠다 싶어 모이를 상자에서 다시 꺼내 땅에 내려놓았다.
내가 한쪽으로 피해있었더니 한 녀석이 모이 쪽으로 다가오더니 발로 밝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느낌이 이상했는지 모이를 쪼아 먹었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도 모이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병아리들 습성이 서로 뭉쳐있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는 사이 모이통은 이미 엎어져 버렸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모이를 병아리들이 쪼아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곳 상황이 마음에 들어 보이는 눈치였다.
병아리들이 모이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물을 떠 왔다. 물도 먹을 수 있도록 내려놓았다. 내가 들어온 것을 알고 정신없이 도망치던 병아리 녀석이 내려놓은 물통 위로 발을 밟고 넘어가는 정신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귀석진 곳으로 여섯 마리가 또 우르르 모여 위기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병아리들을 바라보며 병아리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병아리들이 불쌍해서 어쩔 수 없이 병아리를 김치냉장고 창고에 풀어놓았다고 말이다. 그런데 "거기 쥐약 놓은 곳인데 말도 안 하고 병아리를 풀어놓으면 어쩌냐"는 것이다. 큰일이 나고 만 것이다. 병아리들이 모이통을 엎어서 혹시 쥐약이라도 쪼아 먹을 판이었다. 상의도 없이 병아리를 상자에서 풀어주었다며 병아리 주인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쥐약을 먹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김치냉장고가 있는 창고에도 병아리를 풀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상자 안에 가두어 두기는 너무 병아리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생각 끝에 화장실에 병아리를 풀어놓기로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가자 마라 병아리 녀석들 닭똥을 싸대기 시작한다. 화장실이 닭똥판이 되었다. 휴지로 닦아내도 계속 쌓아대는 병아리 녀석들 때문에 일단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오고 말았다.
화장실에 병아리들을 오래 두어서도 안될 것 같다. 밤에 청계 닭 두 마리가 자는 동안 병아리들을 닭장에 넣어 놓으면 쪼아대지 않는다고 하니 밤에 합사를 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아리를 받아오며 밤중에 합사를 시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병아리 주인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애기 병아리가 아니라 어느 정도 큰 병아리이니 밤에 합사를 시키라는 명령도 떨어졌다. 다행히 오늘 밤 화장실을 병아리들에게 내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6시 닭 장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청계들은 가장 꼭대기 횟대로 이미 올라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병아리들을 다시 상자에 담아와 닭장 안에 뚜껑만 열어 놓은 채 그대로 넣어놓았다. 상자에 담기기 싫어 이리저리 피하던 녀석들이 닭 장안에 상자채 내려놓으니 그대로 얼음이 된 것 같다. 잠시 동태를 살피는데 청계들은 아래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무사히 청계 닭들과 병아리 합사가 이루어진 것일까? 혹시 쥐약을 먹은 것은 아닐까?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오늘 밤만 무사히 내일 아침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