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각주머니

by 약산진달래


"아야 너희 언니 한 명 안 탔어야"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치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말했다. 잠시 속이 답답해지려고 했다.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흔들렸던 것이다. 전화통화를 하며 '언니'라는 호칭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인지 엄마는 전화통화상대를 진짜 언니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것만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이제 전화통화 상대를 옆에서 대화하는 상대로 인지를 하기 시작한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엄마의 생각주머니를 어찌해야 좋은지 잠시 답답함이 일어 올랐다.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흔들릴 때마다 그저 그러려니 생각했다. 특정 사람에게나 집안에서만 보였던 증상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이 시골이야기 이야기 이거나 씨앗 이야기이거나 농사일과 관계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 망상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더 고통스러웠던 선망의 긴 시간들도 엄마는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시작한 나와 엄마의 삶이 엄마의 생각주머니로 인해 흔들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엄마를 혼자 집에 두고 한 시간 정도 잠시 산책을 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산책에서 돌아와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문을 두들겨도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럽게 운 엄마의 행동은 시골집과 광주 집을 착각하는 행동을 보였다. 시골집 거실과 연결된 창문 옆에 늘 앉아 있는 나를 부르기 위해서 광주 집의 베란다 창문을 여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만약 엄마가 거동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올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혼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 알고 계실까? 자신의 나이는 잋어버린지 오래다. 딸인 내 나이도 이제 서른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시니 말이다. 언제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신 것처럼 말했다. 파란 이불과 빨간 이불을 빨아서 보여드렸더니 아버지 좋은 이불 갖다 주라는 것이다. 엄마의 생각주머니 속에 지금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 걸까?


어젯밤에는 외할아버지가 밤이면 집으로 찾아오신다고 이야기를 했다. 큰오빠가 저녁에 시골집에 찾아온 밤이 생각이 나셨을까? 식당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다가 큰오빠를 보며 외삼촌이 옆에 와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집에 잠시 들른 오빠에게 올케언니한테 이불 하나 사달라고 하신다. 그 이유인즉슨 거실에 가시내(계집아이)가 한 명 자는데 이불을 사주라고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리신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새 이불을 사주고 싶은 것일까?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가파른 길을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치매에 걸렸다. 지금껏 그렇게 말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엄마는 머릿속 생각들이 과거와 현재 그 어느 순간에서 뒤섞여 있는 시간을 종종 보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도 않다. 그런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도 않다. 가족들 앞에서는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외부에 나가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치매가 본격화되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이 깊어진다.


치매 :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ㆍ본질적으로 상실되는 병.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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