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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고구마 보관법

by 약산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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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면 작은방이 더 좁아졌다. 시골 집집마다 안방 윗목을 떡 차지하고 있던 것은 고구마를 보관하는 장소였다. 뭐라고 불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무로 만들었던가? 지푸라기로 만들었던가? 그것도 궁금해졌다.


"엄마 고구마 보관하던 거 이름이 뭐야 방에 있었잖아?"

고구마라고 하시니 잘 못 알아들으신다. 시골에서는 '고구마'를'감재'라고 하고, '감자'를'붓감재'라는 사투리로 쓰이기 때문이다.

"엄마 감재 보관하던데 있었잖아 방에 그거 이름이 뭐야?"

"두대통 "

"뭐 뒤주통 ..?

"두대통 감재 쟁여 놓는 두대통"

"아~ 두대통 뒤주통 아니고?"

"두대통"


고구마 보관방법이 12~15도 실온 보관이기 때문에 달리 보관장소가 없었던 그때의 겨울철 고구마를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 사람들이 잠을 자는 방안이었나 보다. 온 식구가 함께 잤던 좁은 안방인의 윗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두대통. 대나무로 역어서 만든 그 두대통의 옆자리는 언제나 막내인 내 차지였다. 겨울이 되면 안방에는 흙냄새와 퀴퀴한 냄새가 늘 함께 났었다. 두대통 그 안에 가끔 썩은 고구마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보관하는 두대통! 나는 대나무살로 엮어 만든 두대통의 흔적도 가지고 자랐다.


고구마를 캐는 철이 되면 고구마를 캐기 위해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다 엉덩방아를 찢기도 했다. 동네 또래들은 학교가 끝난 오후 산으로 염소나 소의 풀을 먹이러 갈 때면 (사투리로 소를 띠끼러 간다고 한다.) 아무 밭에서나 고구마를 훔쳐 와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했다. 군고구마를 먹은 날이면 손도 입 주변도 시껌댕이가 되어서 그것을 옷소매를 닦고 돌아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는 남의 밭 고구마를 훔쳐먹었냐고 혼을 내신다. 손도 얼굴도 깨끗한 것 같지만 그 흔적은 옷소매에 시커멓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생고구마도 참 많이도 씹어 먹었다. 왜 그렇게 그때는 고구마가 맛있었을까?


밥을 하거나 국을 끓일 경우 아궁이에 불을 땐 후 잔불이 남아 있을 때 고구마를 아궁이에 던져 넣고 숯불로 덮어 놓는다. 그러면 아주 맛있는 군고구마가 된다.


고구마 말랭이도 기억이 난다. 엄마는 고구마를 잘 개 썰어 햇볕에 말린 고구마 말랭이도 만들어 주셨다. 간식이 없던 그 시절 퍽퍽 씹히던 마른 고구마도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으로 기억난다. 겨울철 최고의 간식이었다. 엄마는 "감재 몰린 것 감재깡다리"라고 알려주신다. '감재깡다리'는 그냥 마른 걸로 먹기도 했지만 쪄서 먹기도 했다.'감재깡다리'는 배고픈 시절 어린아이들의 맛있는 겨우내 간식과 양식이 되어주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안방에 뒤대통이 사라진것이 자식들이 모두 타지로 공부하러 떠나고 나서 부터였을까 아니면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따로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을까? 더 이상 겨울철 식량으로 고구마를 저장하지 않아도 될 때부터 뒤대통이 안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너무 많은 음식과 인스턴트식품에 밀려 지금은 영양식이나 다이어트 음식이 된 고구마 그래도 겨울철엔 언제나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 진다. 숯검덩이가 얼굴이나 손에 가득 묻는 군고구마가 아닌 아주 편리한 에어프라이기가 있어 맛있는 군고구마를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오늘도 에어프라이기가 열일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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