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아버지와의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버지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담배 그리고 경운기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짐을 옮길 때 사용하는 리어카가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 리어카를 끌고 다니기도 하고 리어카를 타고 놀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른다.
성인이 되었을 때 즈음일 것이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장만하셨다. 도시에 나가 지내던 내가 내려오면 아버지는 경운기를 태워주셨다. 경운기의 시동을 걸 때면 들려오는 털 털 털 거리는 소리와 싸구려 휘발유 연기가 아버지의 담배연기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딸 딸 딸 딸 거리며 경운기는 덜컥거리는 시골길을 지나간다. 아버지와 경운기는 언제나 하나였다.
애정표현에는 서투르셨던 잔정이라고는 없는듯한 무뚝뚝했던 아버지 언제나 일밖에 모르셨다. 자식들이 잠깐 내려오더라도 일을 시키셨던 아버지이다. 그런 아버지가 경운기에 나를 태우고 바다를 논으로 막아놓은 곳 원안으로 데리고 나가 구경시켜 주셨다.
뻘로 가득했던 앞 바다가 간척 사업으로 인해 네모 반듯한 논이므로 변해갈 때 바다에 도착하면 재방의 뚝을 막는 일을 어디까지 하셨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우리 논이 될 곳이 어디인지도 알려주신다. 논 . 곧 땅은 아버지의 자랑이신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시골에 내려갈 때도 아버지는 경운기를 태우고 앞바다 원안을 한 바퀴 관광시켜주셨다.
어린 조카들이 방학을 맞아 내려올 때면 아버지는 경운기를 태우고 동백해수욕장으로 데려다 주시고 손주들이 배가고플 시간이 되면 다시 데려오곤 하셨다. 아주어린조카들은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앞자리에 서로 앉으려 했다. 그런 손주들을 태우고 논으로 밭으로 바다로 동네곳곳을 딸딸거리며 경운기를 몰고 시골길을 돌아다니셨다.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추억하나. 경운기를 생각하니 그리운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