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어떡해요?" 오래전 장난꾸러기 4살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할퀴어 놓은 적이 있었다. 얼굴이 작고 귀여웠던 여자아이의 얼굴에 홈이 파인 긴 고속도로가 생기고 말았다. 아이 엄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 아빠가 더 속상할 거예요. 어떻게 아빠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며 아이 얼굴을 보며 울면서 말했다. 아이의 아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딸아이 얼굴을 보자 화를 많이 냈다고 한다. 얼굴이 손톱으로 파이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작고 귀여웠던 아이의 얼굴에 그날의 흉터는 지금도 남아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요즘 아이의 얼굴을 자주 들여다본다.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깨끗했던 얼굴이 작은 점도 생기고 검붉은 기운도 보인다. 모기가 물고 간 자국과 손톱의 스친 흔적이 파인 것도 아니었는데 다른 해보다 더 뜨거운 태양볕 때문인지 아이 얼굴에 점을 박아 놓았다. 그런데 예쁜 얼굴에 더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놀이터에서 놀고 온 아이가 씻고 나자 아이 얼굴의 코 옆 부분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너 어린이집에서 누구랑 싸웠니? 누가 얼굴을 긁었어?" 아이 얼굴의 붉은 자국이 요즘 자주 이야기하는 장난꾸러기 아이의 소행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일단 아이 얼굴에 후시딘을 발라주었다. 붉은 기는 금방 진정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이 얼굴의 붉은 자국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 긁고 간 상처가 아니었다. 붉은 자국 안에 콕콕콕 쪼아놓은 바늘자국이 보였기 때문이다. 벌에 쏘인 것이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이도 자신이 벌에 쏘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너 벌에 쏘였나 봐" "그럼 카드로 먼저 긁어야지" 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 영상을 본 아이는 말했다. 다행히 벌침을 얼굴에 남겨두지는 않았다. 다음날 상처에 붙이는 습윤밴드를 붙여주었더니 오후가 되자 다행히 붉은 기는 모두 가라앉았다. 그런데 벌이 쏘고 간 자리에 벌침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 하루가 지나 아이 사진을 톡으로 보내며 알려주었다. 아이 엄마는 먼저 벌침은 없었는지 물어왔다. 나는 아이가 벌에 쏘인 줄도 몰랐다고 했더니 아이 엄마의 대답이다. "만나면 잘 달래주어야겠어요 많이 아팠겠어요." 나는 아파서 우는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만 했던 것이다. 저녁즈음 아이아빠가 아이얼굴이 걱정이 되었는지 영상통화를 시도해 왔다. "우리 겨움이 얼굴에 살이 빠졌네" 아이 얼굴을 보며 한 단 한마디였지만 아이 아빠의 속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도 아이 얼굴을 소독하고 습윤밴드를 붙여주며 상처가 남을까 남지 않을까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이 정도로 상처로 흉터가 남지는 않겠지만 혹시 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백지처럼 깨끗하던 아이의 얼굴이 점점점점. 점이 찍히고 있다. 북두칠성이라도 그리려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