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여정, 하나님의 동행
1995년 여름, 나는 인천 국제 여객터미널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마음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당장은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든든했다.
나를 배웅하러 나온 사람은 인천에 살고 있던 언니였다.
"잘 가라."
언니의 목소리는,
마치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내가 눈물을 흘렸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니는 울고 있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갈 때 이런 기분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땅을 떠나는데,
나를 배웅해 준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니.
그것이 서글펐다.
그러나,
배는 이미 서서히 출항하고 있었다.
중국 **천진항(텐진)**까지 가는 여정은 길었다.
하루를 꼬박 배 위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배멀미에 시달렸고,
어느 누구도 선실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배 안에서, 처음으로 우리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팀은 총 12명.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팀.
그리고 나와 두 명의 선생님.
우리는 북경에서 개원할 한국 유아원의 교사로 파견되는 중이었다
내가 이 배를 탄 이유는,
단순한 단기 선교가 아니었다.
중국 북경에,
처음으로 ‘한국 유아원’이 생긴다.
북경 한인교회에서,
교민들의 자녀를 위한 유아원을 개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유아교육에 몸담고 있었고,
나와 두 명의 선생님이 함께 북경으로 향했다.
아직 유아원 개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기 선교팀인 의료팀과 함께하기로 했다.
의료팀이 진료를 하면,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일정이 끝나면,
의료팀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북경에 남아 유아원 개원 준비를 해야 했다.
배는 서서히 서해를 지나, 국경선을 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어스름한 밤.
중국 천진항(텐진)에 도착했다.
이제,
진짜 낯선 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낯선 땅에 첫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