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빛으로 살던 지도자를 생각하며

by 약산진달래
raw?se=2025-08-25T00%3A00%3A24Z&sp=r&sv=2024-08-04&sr=b&scid=ab703a4e-99a9-52a3-bb3c-2231c41e3776&skoid=d5627e4c-566b-4761-a954-54993b0ed17b&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t=2025-08-24T20%3A25%3A46Z&ske=2025-08-25T20%3A25%3A46Z&sks=b&skv=2024-08-04&sig=AvUJueRfLngWouw8UY7KFhQb6IPySIQ61BkgqNDZcdQ%3D

내가 살던 회색 도시에는 어두운 세상 가운데 밝은 빛을 비추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내 주위에 있었고, 나 또한 그들이 비추는 빛을 따라 세상 속에 작은 빛이 되고 싶었다.

북경 생활이 내게 준 가장 큰 혜택이 있다면, 신앙의 본이 되는 믿음의 선배들과 가까이에서 교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진실되고 헌신된 주님의 종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축복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따뜻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내가 다니던 21세기 한인교회 박선생님은 정말 따뜻하고 존경스러운 분이셨다. 사석에서 만나면 다정한 이웃집 오빠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셨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깍듯하게 대해 주셨다. 어느 해 겨울,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청년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시기였다. 북경에 남아 있던 몇몇 청년들과 함께 박선생님 댁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그때 목사님 댁에서 한국 드라마가 비디오로 녹화되어 있는 걸 발견했고, 우리들은 마치 귀한 선물을 만난 것처럼 한 편의 드라마를 끝까지 몰아보며 하룻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청년들과 허물없이 지내시던 박선생님은, 강단에만 서시면 전혀 다른 분처럼 성령 충만한 말씀을 선포하셨다. 그 말씀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했고, 늘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고,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헌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분의 기도하는 모습은 진심 그 자체였다. 언제나 자신을 하나님 앞에 쳐서 복종시키는 경건함이 느껴졌고, 예배의 자리는 성령님의 임재로 가득 찼다. 그런 영적인 지도자와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는 크나큰 감격이었다.

늘 새롭고 생명력 있는 말씀으로 내 영혼을 일깨워 주셨던 그분. 나는 박선생님의 말씀을 사모했고,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복음의 언어를 갈망했다. 그래서 북경은 나에게 살 만한 곳이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땅, 하나님이 기뻐하실 새 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땅이, 바로 내가 있던 곳이었다.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고 기도하시던 분, 자신의 유익만을 구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이방 민족을 위해 온 열정을 바쳐 살아가셨던 분. 그분은 시대가 낳은 순결한 영혼이셨고, 나 또한 그 밝은 빛을 따라 걸을 수 있었음이 감사했다.

혼돈의 시대 속에서도, 그 시대를 오열하며 기도하던 지도자들과 함께 걸었던 북경의 시간들. 나는 그들의 따스한 빛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남과 북, 그리고 거대한 땅 중국을 그리스도의 가슴으로 품으셨던 맑고 순결한 눈물의 지도자 박태운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약할때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