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는 연약했지만, 하나님은 내 안에서 강하셨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찬란하다.
지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책갈피로 꾹 눌러두고, 이제 그것을 꺼내 천천히 들여다본다. 그 시절의 "나"는 부족하고 날이 서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 이미 진리를 향한 갈망, 사랑을 전하려는 열정, 그리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려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북경은,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나를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낸 곳이었다. 학업도, 인물도, 경험도 다른 이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고, 어느 것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더 나를 지키기 위해, 날마다 내게 가시를 세우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급한 성격 탓에 관계를 그르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는 참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해야 할 일에는 언제나 온 힘을 다했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 북경유아원에서도, 성경연구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스로 열심을 냈고, 열심이 특심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다른 이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으면, 나는 혼자 속상해했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정에 휩싸여 스스로 화를 내곤 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이 먼저 앞섰고,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려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늘 도전하고, 부딪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던진 한 마디 작은 충고에도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곤 했던, 참 순수한 청춘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아직 미숙했고, 그래서 더 진심으로 치열하게 살아냈다.
20대의 나는 사람 관계에서 너무 직선적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기도 전에 행동하거나 말을 먼저 던졌다. 나는 그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믿었지만, 그런 내 말과 행동은 도리어 누군가를 상처 입혔고, 그 상처는 결국 내게 다시 돌아와 나 또한 깊이 아프게 했다.
나는 고결한 삶을 꿈꿨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러하듯, 선을 향해 달려가고자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고 저 반대편에서 몰려오는 어둠은 우리를 그 길로 가지 못하도록 수많은 함정을 파놓았다. 조그마한 실수에도, 사탄은 나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나는 늘 사랑하지 못한 나 자신과 씨름했고, 그 부족함에 몸부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맑고 정결하게 살아가고자 기도했다. 고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내 마음의 향기를 나눠주고 싶었다. 고운 성품을 닮아가고자 애썼고, 더 풍성한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종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렇게 살아갔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둘러싼 외형의 껍질을 깨뜨려 없애기보다는,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사용해 달라고 기도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약한 데서 강함이 온다"는 말씀의 진리였다. 나는 약하지만, 하나님은 강하시기에.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하므로 나의 여러 약힌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