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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리 AIRY Nov 08. 2021

Just Do It 뚜뚜뚜두두두두두

밀린 일기 10월 25일 (월) ~ 11월 7일 (일)

10월 25일 월요일

 네 명이서 꿈모임을 했다. 나는 목과 코의 염증 때문에 아파서 집에서 줌으로 참여하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꿔 시와 님 댁에서 꿈모임에 참여했다. 극세사 재질의 분홍색 잠옷을 다른 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시와 님 댁에 방문했다. 

 이 날 공유했던 나의 꿈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꿈애리는 꿈명학과 한낮 한산한 거리에 있었다. 수영장에서 팔다리를 살짝살짝 움직이면 몸이 물 안에서 둥둥 뜨지 않나. 꿈애리는 보통 그렇게 난다. 꿈애리가 팔다리를 천천히 휘적거리니 몸이 붕 떴다. 꿈애리가 둥둥 떠서 제자리에서 날기만 하고 갈 길을 안 갔더니 꿈명학은 꿈애리를 챙겨주면서 질린다고 말했다. 꿈애리가 꿈명학에게 '너도 날아봐' 하자 어느새 명학도 날기 시작했다. 그런데 꿈명학은 나처럼 둥둥 뜨는 채로 나는 게 아니라 새나 비행기처럼 몸을 눕혀 팔을 활짝 벌려 날기 시작했다. 나는 꿈명학의 등 위에 올라탔다. 꿈명학이 너무 빨리 그리고 높이 날아서 나는 그만 내려가자고 말했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숨을 못 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꿈애리의 말을 듣고 꿈명학은 내려왔다. 꿈애리는 꿈이 진짜인 줄 알고 "진짜 (나는 건) 대박이지 않니!?" 했다.

 꿈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게 내 꿈이라면~"이라며 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주었다. 꿈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과 상황도 모두 나이기에, 꿈명학은 나이기도 했다. 꿈명학이 '잘' 나는 나라면, 꿈애리는 '즐기는' 나로 대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10월 26일 화요일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약속 상대에게 연락이 없었다. 이번 약속 상대는 주무시지는 않았지만 깜빡해서 정말 계속 죄송하다고 내게 말해주셨다. "그럴 수도 있죠"라는 나의 말에 상대는 "그럴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자느라 약속 시간에 2시간이나 늦은 적이 있다. 그때 나도 나와 연락이 안 되어 계속 기다린 상대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했고, 그분이 "그럴 수도 있죠"라고 했을 때, "그럴 수 없다"라고 대답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웃었다. 오늘의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나간 김에 약속 장소 근처의 빵집에서 카스테라를 사들고 들어와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를 볼 준비를 했다.

 오늘은 <스우파> 파이널 생방송 날이었다. 모든 팀을 사랑하고 응원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에 코카N버터가 들어와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이번에도 덮어놓고 코카N버터에게 투표를 하고, 마음을 졸이는 동시에 댄서들의 황홀한 몸짓에 빠져들었다. 홀리뱅이 우승했다. 홀리뱅의 메가크루 무대에 이어 파이널 무대가 너무 멋져서 감동받았다. 코카N버터, 훅, 원트, 라치카, 홀리뱅, YGX, 프라우드먼, 웨이비! 모두 사랑해! 고마워요! 덕분에 다시 춤 배우기 시작했어요.


10월 27일 수요일

 3일째 이비인후과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주사도 계속 맞고 있다. 약을 잘 챙겨 먹는다. 금요일에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동시간까지 합해서 8시간 동안 과외 일을 했다. 그리고 한 프로젝트의 일 때문에 미팅도 했다.


10월 28일 목요일

 지인에게 영어 과외를 잘 안 하는 편이다. 보통 주변인들은 회화 과외를 원하는데, 나는 회화를 배워본 적도 없고 완벽하지 않아 나만의 커리큘럼을 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간단한 회화 대화를 조금 하고, 일단 문법 교재로 과외를 해도 된다는 사람이 생겼다. 황영원 씨였다. 평소에 오빠라고 부르는데 쓰자니 약간 낯간지러워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영원이라고 해야지.

 오랜만에 만난 얘기를 나눈 영원은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나도 그랬다. 둘 다 인생이나 인간관계에 대하여 좋은 쪽으로 내려놓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들어보니 영원은 몇 달 전 아주 힘든 일을 겪은 듯했다.

 사실 아침에 인간관계와 내 마음속의 갈등을 겪었다. 미안하기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들었다. 동시에 억울하고 화도 나고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영원에게 그 얘기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영원은 최근 돌아봤을 때 미안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감화를 받았다. 나도 억울한 마음은 조금 더 뒤로하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했다.

 Abi가 위댄스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해서 미리 예매해 놓았었다. 저녁에는 위댄스 공연에 갔다. 뜻밖의 감동과 위로를 받아 눈물이 났다. <그저 하고 싶다는>이라는 곡을 듣고였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기 전에는 말이에요

잘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맛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기 전엔

...

do do do do do do dodo (뚜뚜뚜두두두두두)


다른 노래에서도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위로처럼 들렸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1집 작업 시작이나 작업 유지도 못하고 멈추고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씻어주었다. 책이 팔릴까? 책이 어떻게 읽힐까? 두려워하는 내 마음을 잠재워주었다.


10월 29일 금요일

 월, 수, 금, 아침 7시. 춤 학원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주마다 음악이 달라진다. 작품이라고 하는데, 1분 남짓의 작품을 완성하니 기분이 좋았다.

 12월에 출간될 책의 편집자인 세미 님과 줌 미팅을 했다. 어제는 1차 편집본을 받은 날이었다. 이제 1차 편집본_애리 수정 파일을 만들어 넘기면 된다. 대략적인 앞으로의 일정과 세부 목차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세미 님은 말씀해 주신 대로 '기댈 사람'이 되어주신다.

 <우리의 기억>이라는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연자는 김대중, 애리, 김사월, 천용성. 없어진 공간에 대한 기억에 마음이 복잡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마음이 아프도록 반가웠다. 리허설이 끝나고 사월과 함께 카페에서 식사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정돈했다.

 공연에 와준 사람들 중에 명학, 나비, 그린, 유진이 있었다. 유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데, 잠시 한국에 와 있는 상태. 마침 나의 공연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유진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사월과 걸었다. 명학에게 연락해서 잠깐 보기로 했다. 사월과 헤어졌다.

 명학에게 내가 있는 곳을 말했다. 명학은 오자마자 몸을 푹 수그려 고개를 땅으로 내렸다. 갑자기 공황장애가 온 듯했다. 명학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안타깝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의 공황장애는 택시 안에서나 좁은 방에서 주로 찾아왔었다. 사람들이 많은 트인 공간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 명학은 다시 괜찮아졌다. 안도했다.

 EP [SEEDS] 발매한 지 3주년이다. 1주년, 2주년은 말하기 어려운 이유로 자축하지 못했다. 올해는 자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축하도 받았다. 축하해, SEEDS.


10월 30일 토요일

 어제 공연 일로 못했던 과외를 보충으로 메꾸는 날이었다. 그래서 총 네 명, 5시간 30분 동안 과외 일을 했다. 중간에 남는 시간에는 1차 편집본을 보며 수정하기도 했다.

 명학의 친구 수정 님이 하시는 브랜드 '유영'의 팝업스토어에 갔다. 유영 님이 입고 계시는 옷이 너무 예뻐서 옷을 입어보기 시작했다가 너무 많이 이것저것 다 입어봤다. 그리고 오랜만에 옷을 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상의와 치마였다. 착 달라붙어 멋스럽기도 하고 나름 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나서 바로 현타가 왔다. 많이 입을까....? (다행히 치마는 그 이후로 거의 매일 입고 있다)

 마지막 과외를 하는데 갑자기 대학 밴드부 동아리 동기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동기 오빠의 결혼식 소식에도 축하 한마디 하지 않고 참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끔 연락을 주어 타박도 없이 그저 담백한 안부 인사만 해주는 것에 미안하고 고마워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장난 어린 면박이나 스타일이 다른 점에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다른 동아리 선배의 집에 몇 명이 모여 있다고 했다. 그 집은 모두에게 사랑방이다. 아무리 내가 밴드부 사람들과 연락을 잘 이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그 집의 주인과는 종종 연락하고 만나왔었다. 그래서 나도 과외가 끝나고 그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갔더니 동기 오빠 말고도 윗 기수, 아랫 기수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집주인 말고는 모두 너무 오랜만이었다. 거의 6~7년 만이었을 거다. 살쪘다는 소리를 들었다. 보기 좋다며. 약 올랐지만 사실이었고, 웃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다. 반가워해줘서 고마웠다. 서로의 음악 취향에 대하여 옥신각신하는 말도 웃기고 재밌었다.

 몇 명이 가고, 갑자기 명학이 사랑방 집에 합류했다. 사랑방 주인인 민재리와 명학의 음악 취향은 많이 겹쳐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10월 31일 일요일

 하루 종일 출판할 책 1차 편집본 수정을 보다가 과외를 하고 나서 티어파크의 할로윈 공연에 놀러 갔다. 명학도 함께였다. 요즘 거의 매일 명학과 시간을 보낸다. 많은 것이 오고 간다. 명학에게 이런 얘기도 한 적이 있다. 이 시기 또한 지나갈까?

 티어파크의 공연에 다른 친구들이 코스튬을 입고 온다기에, 나는 빨간 망토를 입고 가서 빨간 망토 차차라고 우기기로 했다. 오징어 게임, 수녀복, 캣우먼 등 친구들의 멋진 코스튬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티어파크의 공연이 오랜만이기도 했다. 보컬 세희 언니가 손을 허공에 둥둥 띄워 노래를 부를 때의 모습과 표정을 좋아한다.

 갑작스럽게 명학과 미슈네 가게 되었다. 미지는 한껏 들뜬 목소리였다. 그렇게 신난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포카칩을 다른 종류로 세 개나 사가서 양껏 먹었다. 요즘 뭐든지 너무 잘 먹는다. 배가 자주 고파지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먹을 것을 찾는다. 곧 피슈의 생일이라 모임이 있을 예정인데 나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11월 1일 월요일

 <스우파>에 나온 제시의 'Cold Blooded'를 추는 주다. 춤 선생님이 "스우파를 본 사람이 있고 안 본 사람도 보이는구먼"이라고 하면서, 나에게 스우파 안 봤지라고 하셨다. 저 다 봤다고요.

 오늘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주사는 몇 번이나 더 맞아야 하는 걸까? 명학은 병원에서 잘 땡기네~라고 농담을 했다. 날 왜 땡겨요 이비인후과 선생님... 저 낫게 해 주시려는 거 맞죠?

 저녁에는 Abi가 초대한 저녁 모임에 갔다. 예람과 사월도 왔다. 사월의 [드라이브] CD 속에 Abi가 찍어준 사진이 포토카드로 들어가 있었다. 곧 싱글 발매를 앞둔 예람은 허리를 다쳐서 불편해했다. Abi는 태국 카레를 해주었다. 배부르게 먹고 약까지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초콜릿 과자도 몇 봉지나 먹었다. 몸이 노곤노곤해서 잠이 왔다.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비몽사몽 눈을 감았다. 자는 내 모습 사진 찍는다기에 "안돼!"하고 잠깐 일어나기도 했다.


11월 2일 화요일

 두 번째 영어 레슨에 영원이 책을 선물해줬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급 문고에 있던 게 생각난다. 그런데 제목부터 벌써 어렵다고 생각했다. 영원은 읽기 쉬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기대된다. 그런데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지금 이반지하 에세이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도 두 달 넘게 짬을 내어 조금씩 읽고 있다.

 음악가 송영남과 처음 만난 날, 친구 하기로 했다. 예진(안달) 말고는 동갑인 음악가가 주변에 거의 없는데, 또 다른 동갑 친구가 생긴 것이다. 영남은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나의 비교적 최근의 고민인 1집에 대한 생각을 말했을 때, 영남은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공감해주었다. 중구난방 한 장르에 관한 것이었다. 영남은 공감해 주면서도 자신만의 해답을 찾은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너 같네."라는 친구의 말이 좋았다면서. 내 친구들도 "이것도 애리 같아."라고 할 때 너무 기쁘다.

 미도파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더 나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악기, 믹싱 등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니 뇌가 팽팽 도는 느낌이었다. 영남이 다양한 작업을 재미있게 해 나가는 이야기를 들으니 많은 자극을 받았다.

 집에 가는 길에는 '일렉클'을 탔다. 핸드폰이 32G인데 용량이 없어서 어플 다운로드를 못 하다가 당근마켓 어플을 지워서 깔았다. 영남이 도와주어 '일렉클'을 각각 타고 달렸다. 집으로 내달리는 길이 시원했다. 처음에는 페달이 잘 안 밟혀서 내 체력이 안 좋아진 줄 알았는데 설정이 잘못되어 있던 거였다. 설정을 바꾸니 오르막길에서도 팽팽 내달릴 수 있었다. 집으로 와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발갰다.


11월 3일 수요일

제비다방에서 잠자기

 저녁에 상수 금복식당에서 명학과 식사를 했는데 고등어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제비다방에 가서는 지하에 자리 잡고 90분이나 잤다. 집으로 가는 교통이 불편하고 피곤해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안 잡혔다. 합정역까지 걸어가서 명학이 택시를 잡아주었다.


11월 4일 목요일

 거의 매일 이비인후과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오늘부터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기뻤다. 과외를 하고 저녁을 먹고 일찍 잤다.


11월 5일 금요일

 아침 7시부터 춤 학원에 출석했다. Jessi의 Cold Blooded를 춘 영상을 SNS에 올렸다.

 오전 과외를 끝내고 예람과 키라라와 칼국수 집에 갔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예람 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3시에는 텀블벅 관계자 분과 키라라와 함께 미팅하기로 했다. 키라라는 4집을, 나는 일기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2시간 정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텀블벅 관계자 분이 가시고 나서 시와 님께 연락을 드려 키라라와 나, 시와 님 셋이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 짐과 여독이 있는 키라라가 먼저 가고 난 후, 시와 님과 6,000원짜리 백반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따뜻한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집에 데려다주려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를 빙빙 돌았다.

 집에 와서 보니 10,000보 이상 걸은 걸로 나왔다. 아침부터 왔다 갔다 했다. 밤엔 또 과외를 했다.


11월 6일 토요일

 오늘이 1차 편집본_애리 수정 파일을 넘길 마감일이다. 과외 시간 외에는 계속 수정을 봤다. 2차까지 수정을 끝내고 주욱 읽어본 후, 저녁에 세미 님께 메일을 보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명학과 내가 안내하는 곳으로 식사하러 갔는데 음식이 너무 짰다. 괜히 미안했다.


11월 7일 일요일

 오늘 20년 지기 친구 은지의 결혼식이었다. '신세계'로 축가를 했다. 은지에게 커플 사진을 받아서 영상을 만들어 '신세계' mr을 입혔다. 결혼식장에서 축가 할 때 사람들이 내가 아닌 영상을 보게 할 속셈이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축가를 하고 있다. 은지의 결혼에 뭔가 행복하고 뭉클해서 마음이 들떴다. 또 다른 20년 지기 친구 혜인도 이미 결혼했다. 나는 언제 하게 될까? 올해 여름 가진해변에서 은지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 스냅샷이 갑자기 눈부시게 느껴져서 뒤늦게 SNS에 올렸다.

가진해변에서 걷는 세 친구
내 입을 보고 친구들이 웃었다

 

내 표정을 보고 친구들이 웃었다
애리 은지 혜인

 약속 하나가 취소되어 집에 돌아와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바로 90분 정도 걸리는 본가로 갔다.

 부모님과 오랜만에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틱했던 지난날과 다르게 요즘에는 할 말이 별로 없다. 엄마에게 발간할 일기집에 우리 사이가 안 좋았던 때를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엄마는 네가 쓰기로 했다면 쓰라며 내 의사를 존중해줬다. 아빠가 차에 겨울옷과 산에서 뜬 물을 가득 싣고 내가 나와 사는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아빠의 재테크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주식을 한 지 10개월이 되어 간다.

 요즘 우울함이 덜 하다. 해야 할 일들을 그저 한다. 뚜뚜뚜두두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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