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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묘한 위기의 갈림길에 서다

데이터가 말하는 아쉬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by 헤르메스JK

요즈음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걱정을 넘어서 화가 치밀 때가 많다.

사회 구석구석을 보아도 위기투성이인데,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위기이기에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듯한 이기주의 행태마저 느껴진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환경에 더해, 국내 문제도 산적해 있는데,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위한 단합된 방향성을 일깨우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내부 갈등만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위축의 구체적 수치와 추세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제적 경제와 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 소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정의와 이념, 동맹이라는 개념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담에서 동맹은 아니지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던 상대국을 향해,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실리적인 전략으로 돌변, 지원 중단과 정권교체 카드로도 위협하고 있다. 원인을 떠나서 세계 질서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선 대만이 불안에 떨고 있고, 북한과의 비핵화 대립 및 미국과의 핵보유국 인정 입장 차이가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이고, 대통령 대행도 직무정지 상태이다. 게다가 직무대행의 대행도 탄핵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이다. 질서 재편과정에서 실리를 취하기는커녕 잃을 것 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어떤 나라의 지도자가 불확실한 입장에 처한 한국의 정상과 대화하고 협상하려 할 것인가? 상대국들은 불안하고 약한 입장을 고리로 경제적 실리만 취하려 들고,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소외될 것임은 자명하다.


국제적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2020년 이후 국가 GDP순위와 1인당 GDP가 절대 금액은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인 국가 순위는 정체 내지는 후퇴하고 있다.

출처 : IMF WEO Database 편집

반도체 강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메모리) 수출이 올해 2월 들어 16개월 만에 뒷걸음질, 전체 수출액도 둔화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확산되면 수출 동력이 빠르게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순위에 들지도 못하고 있고, JP모건 데이터에 의하면 파운더리 분야는 10%로 TSMC(62%)에 밀리고 점유율마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생성형 AI 경쟁력 취약

테크크런치에서 2025.02.11일 발표한 2024년 AI 투자는 전년(680억$) 대비 62% 급증해 1,100억$이었는데, 스타트업 총 투자자금은 2270억$로 전년 대비 12%나 감소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AI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별 투자금액은 미국 808억$, 유럽 128억$, 중국 76억$의 순이고, 유럽 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이 국가별로 20억$을 넘겼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지수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민간 투자액은 13억 9000만 달러(2조 31억 원)로 세계 9위지만 상위 그룹과의 격차는 금액상으로 비교 불가다. WIPO 글로벌 혁신 지수에 따르면 특허 및 논문 발표 건수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연평균 8~1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AI 관련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 수도 선두 그룹 대비 30% 내외로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위협적인 요소는 중국의 기술 굴기이다

중국 정부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을 2.1%에서 2.7%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지난 5년간 AI, 반도체, 5G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총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 자료에서, 중국은 AI 및 반도체 관련 특허 출원 건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는 등 기술 경쟁력 면에서 빠르게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필두로 하는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들이 넘쳐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보고 느낄 때는 대응이 늦은 것이다.


수출환경 악화 예상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관세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 갈등을 촉발,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수출 경쟁력 저하와 중장기 성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2025. 1. 20.)과 함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 회귀를 선언하며,

• 2월 1일 멕시코 및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발표

• 3월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 및 파생 제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 예정

• 4월 2일부터 모든 관세 예외조치가 종료되고, 교역 상대국들의 비상호적 무역 조치에 대해 조사 결과와 연동해 보편적 상호관세 25% 부과 예고

이에 한국의 경우 수출규모가 큰 자동차, 철강, 반도체, 배터리 등 수출 주력품목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


[내수경기 부진과 정치 불안정]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023년 3.6%, 2024년 2.3%로 수치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 및 소비 심리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내수 시장 회복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물가상승률의 체감지수는 더 높다.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사업자 수는 약 98만 6000명으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인 것이 체감지수를 대변하고 있다.

출처 : 투데이신문 2024.12.30 기사 이미지

청년실업률 구조적 악화

청년층의 취업난은 고용 구조의 경직성과 기술 격차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 단기적 경기 부진을 넘어 중장기적 인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2023년 OECD 평균 청년실업률이 12.4%인 반면, 한국의 29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16.6% (통계청 고용보조지표 3 기준)로, 장기 비정규직과 취업 준비 실패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4대 (노동, 연금, 의료, 교육) 개혁의 지연과 축소

국민연금 가입자 40% 이상의 응답자가 향후 연금 제도 안정성에 대해 불안감을 표하고 있으며, 정부의 개혁 시도에도 불구, 실질 개혁은 10년 이상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년간 노인 인구 비율 증가에 따른 연금 수급 부담은 국가 재정에 GDP의 1.5~2% p 추가 부담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 경상 의료비 지출이 GDP 대비 8.8%, 2023년 9.2%에 달해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지표누리).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여 향후 국민 부담은 연평균 3~4%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의료통계에서 예측하고 있다.


교육 예산은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수는 줄고 폐교는 늘고 있음에도, 교육목적세 부과에 따라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동으로 증액(2023년 80.9조 원 --> 2024년 95.8조 원 --> 2025년 104.9조 원)되고 있어 구조 개혁이 시급하지만 교육계의 반발로 법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GDP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5.2%, 1인당 교육 교부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증가 요인이다. 2023년 1인당 교육교부금은 1,207만 원, 2028년 2천만 원을 넘어서고 2032년에는 3천39만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고령화, 저출산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2025년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어서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30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 수준 대비 약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며, 2050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40%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노동 시장, 사회보장제도,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활력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 재정적자 확대

IMF와 국내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평균 4% p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제 신용등급 하락 및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인구 고령화와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 지출의 급증으로 인해 장기적 재정 부담이 예상되어 향후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출처 : 지표누리, 재정수지 추이 / 관리재정수지는 재정 건전성 여부 판단을 위해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제외


[창의력과 국제경쟁력을 먼저 갖추어야]

언급한 데이터와 추세는 한국이 그동안 쌓아온 경제 강국 이미지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생성형 AI 분야의 상대적 열세, 반도체 및 첨단 기술 경쟁력의 약화,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보호무역 정책과 그 여파는 단기적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 성장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더해, 내수시장 위축, 청년층의 고용 불안, 연금과 교육, 노동, 의료개혁의 미흡, 그리고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국가의 전반적인 경쟁력과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로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인기 관리를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객관적 분석에 기반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단기적 포퓰리즘이 아닌 장기적, 구조적 개혁을 모색하면서 외부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내부의 근본적 개혁과 함께 미래 지향적 국가 비전을 재정비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금융위기와 정치 사회 측면에서 겪었던 여러 번의 위기를 답습할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반대파들 때문에 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무모함에 더해, 어떤 지도자는 한국에 미국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탄생하는 것을 가정해 그 지분의 30%를 국민이 나눠 가지는 사회를 제기했다고 화제가 되었다. 국민과 반대파들을 설득하려는 끝없는 노력을 하거나, 국가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도 하기 전에, 노력해서 얻어지게 될 성과를 미리 나누어 갖자는 착한 마음(?) 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지나친 낙관주의도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도자들이 더 느끼고, 배우려 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고, 국민을 위해 진중하게 행동할 때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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