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AI 활용법 | 5
1. 하이컨셉은 많은데 시놉시스 쓸 때마다 한숨 쉬게 된다
2. ChatGPT Project나 제미나이 Gems으로 내 시나리오 스타일을 AI에 학습시키기
3. 로그라인 한 줄만 던져도 3분 안에 내 톤으로 쓴 시놉시스 초고 완성
- 하이컨셉은 넘치는데 시놉시스 정리가 막막한 작가
- 아이디어 회의 전에 여러 버전을 빠르게 비교해보고 싶은 PD·기획자
- AI를 써도 나만의 문체와 창작 스타일을 잃고 싶지 않은 작가
- 매번 0에서 시작하는 대신 1에서 10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싶은 시나리오 작가
https://www.eidf.co.kr/kor/movie/view/1584
202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시나리오를 창작한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되었습니다. 그리고 EBS 국제 다큐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습니다.
AI가 거장의 시나리오 스타일을 학습해 창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 상상만으로도 굉장한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AI에게 시나리오를 학습시킨다는 것은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AI가 시나리오를 창작한다는 것은 어떤 과정일까요? 그리고 더 현실적인 상상을 해봅니다. 나도 내가 여태 써왔던 시나리오를 AI에게 학습시킨다면, AI는 어떤 시나리오를 내게 보여줄까요?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 영화 <그를 찾아서>의 감독 피오트르 비니에비츠는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기술 수준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챗GPT도 없었고, 기술적인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먼저 헤어조크 감독의 작품과 어휘를 AI에 학습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학습한 AI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단어와 문장, 단락들을 쏟아냈고 이를 시나리오 형태로 편집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로부터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 쉽고, 간편하게 AI에게 내 시나리오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인데도 매번 시놉시스 앞에서 자주 멈칫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장면들이 번쩍 스쳐 지나가는데, 그걸 2~3장짜리 시놉시스로 정리해서 보여 주려고만 하면 손이 굳어버립니다. 가끔 아이디어 기획 회의를 할 때 하이컨셉을 여러 개 써보고 비교해 보며, 이건 더 사람들에게 재밌고 관심을 받을 이야기일지 고민해 볼 때가 있습니다. 잘 쓴 하이컨셉 로그라인은 로그라인만 봐도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로그라인은 이야기의 아주 기초적인 뼈대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캐릭터가 어떤 여정을 거칠지, 반전은 어디에 있을지는 기승전결이 담긴 시놉시스를 써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이컨셉 하나당 시놉시스를 쓰는 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듭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시놉시스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괜찮은 하이컨셉이 나왔을 때 간단하게, 그리고 빠르게 시놉시스를 대략적으로 훑어보고 아이디어를 회의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써진 시놉시스를 바로 디벨롭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충 시놉시스로 발전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알 수 있는 용도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 중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특별한 코딩 지식도 필요 없습니다. 내가 그동안 써왔던 시나리오와 시놉시스 파일들, 그리고 몇 가지 설정만 있으면 나만의 AI 보조 작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은 ChatGPT의 Project 기능과 구글 제미나이의 Gems 기능입니다. 이 두 기능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지식과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서,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ChatGPT Project와 GEMS의 개념 이해하기
기본 LLM 채팅에서는 매 채팅마다 이런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난 3년간 쓴 시나리오를 첨부할 테니, 이 스타일과 톤을 바탕으로만 새로운 시놉시스를 써줘." 그리고 다음 날 새 채팅을 열면, AI는 전체 채팅 맥락을 기억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프롬프트를 또다시 작성해야 했습니다. 매번 다시 설명해야 했고, 문서를 다시 올려야 했습니다.
Project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고, 그 안에 내가 쓴 시나리오와 프롬프트 가이드 등을 전부 파일로 올립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안에서 작업할 때는, 이 파일들을 기본 참고자료로 항상 인식하라고 설정해 둡니다. 그러면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 새 채팅을 열 때마다 AI는 이미 내 글들을 옆에 펼쳐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제미나이의 GEMS도 동일합니다. 쉽게 말해, 특정 역할에 최적화된 나만의 AI 비서를 만드는 기능에 가깝습니다. GEMS 하나를 새로 만들고, 여기에 내 시나리오를 업로드하고 "이 스타일과 구조를 분석해서, 앞으로 이 톤을 기본으로 글을 써라"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 그 GEMS은 언제든 불러와도 내 톤과 스타일을 기억한 상태로 작동합니다.
Project와 GEMS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쓴 파일들을 항상 염두에 둔 상태로 AI가 생각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세팅 방법
가능하면 다음 네 가지를 준비해 두는 게 좋습니다.
완성된 시나리오 전문 (또는 일부) - 최소 1편, 가능하면 2~3편 그 이상
이미 썼던 시놉시스 - 장편/단편 불문, 내가 쓴 시놉시스를 3~5개 모아둡니다
캐릭터/세계관 소개 문서 (있다면) - 내가 어떤 세계관 톤을 좋아하는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스타일 가이드 프롬프트 - 내가 앞으로 AI에게 시놉시스를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써주길 원하는지 규칙을 정리해 둔 문서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일 가이드는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프롬프트를 AI에게 써달라고 요청합니다. 저는 젠스파크 AI를 활용했습니다.
ChatGPT Project 세팅 방법
1. 새 Project 생성합니다. 예: 시놉시스 비서
2. 위에서 준비한 파일들을 업로드합니다. 지침에는 프롬프트를 작성합니다.
3. 이후 이 Project 안에서만 작업합니다.
Gemini Gems 세팅 방법
1. Gems를 클릭합니다.
2. 새 Gem를 클릭합니다.
3. '설명'에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추가 요청사항이 있을 경우 작성합니다.
실제 사용해 보기
이제 세팅이 끝났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보겠습니다.
입력할 로그라인 예시: 기억을 편집하는 불법 시술자가, 자신이 지운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10년 전 미해결 살인사건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1. 챗GPT 버전
2. 제미나이 버전
저는 개인적으로 챗GPT 버전이 더 제가 써왔던 톤과 비슷하고 완성도도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로그라인만 입력했는데도 이렇게 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고 오직 시놉시스만 완성해 줍니다.
AI는 업로드된 내 과거 작품들의 톤과 구조를 참고해 순식간에 시놉시스를 만들어줍니다. 물론 이 결과물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소재를 이렇게 풀면 대충 이런 느낌의 영화가 되겠구나라는 감을 잡는 데는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AI가 쓴 시놉시스를 그대로 쓰자는 게 아닙니다. 시놉시스를 0에서 1로 만드는 일을 AI에게 맡기고, 나는 그다음 1을 10으로 올리는 데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완전한 빈 페이지에서 출발하는 대신, AI가 만들어 준 초고 위에서 더 깊고, 더 날카로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시놉시스를 매번 0에서 다시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이컨셉만 던져도, 대략 이런 느낌의 시놉시스를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내 지난 작품들이 다음 작품의 연료가 되고, 아이디어 판단 속도가 빨라집니다. "AI가 나를 대체할까?"라는 질문에서 "AI를 어떻게 써야 나는 더 나답게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관심사가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면, 아마 제가 연재하는 다음 글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다음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