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보다 마음이 먼저 앉는 순간들
마음이 조금만 달라져도
식탁의 풍경은 금방 바뀐다.
평소와 같은 반찬인데도 맛이 흐릿하게 느껴지고,
숟가락을 드는 속도 하나에도
그날의 기분이 스며든다.
입맛이라는 말보다,
마음의 속도가 먼저 움직인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식탁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위에 놓이는 분위기는 매번 달랐다.
그 차이를 나는 한참 지나서야 뒤늦게 보게 됐다.
함께 앉아 있었지만, 서로 다른 하루를 가지고 있었던 시간
결혼하기 전,
엄마 아빠, 동생과 마주 앉아 먹던 저녁들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내 기분대로 행동할 때가 많았다.
말수가 줄거나, 괜히 숟가락을 빨리 씹어 삼키거나,
식탁 끝 쪽으로 몸을 조금 빼고 앉았던 날들.
그날 엄마는 젓가락을 잠시 놓고 내 얼굴을 조용히 살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한 번의 시선이
식탁의 공기를 대신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들 저마다의 하루를 품고 앉아 있었을 텐데
나는 내 기분만 조금 크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조용한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를 배려하지 못한 후회라기보다,
그저 이제야 보이는 장면들에 대한 마음 같은 것.
(이미지출처 : 네이버)
아이를 키우면서, 예전의 나를 다시 본다
가끔은 내 아이가 예전의 나처럼 보일 때가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엔 좋아하던 음식도 손대지 않고
밥상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때.
그 모습을 보면
문득 오래전 우리 집 식탁이 겹쳐진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가족들이 왜 말없이 지켜봤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다그치지 않으려고 한다.
먹기 싫은 날이 있는 건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때가 많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
식탁은 결국
서로의 하루를 내려놓는 자리이기도 하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
여운_마음을 읽는 일, 그렇게 나이가 든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때 미처 몰랐던 마음들을
조금씩 읽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놓쳤던 기류를
뒤늦게라도 이해하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른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오늘 누군가의 기분이 먼저 앉아 있다면
그걸 알아봐 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식탁에서는 언제나
서로의 마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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