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에 대하여

외로움과는 다른, 어른의 그림자

by 깊고푸른밤

(이미지출처 : pixabay)


나의 아저씨를
나는 ‘좋은 드라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말은 너무 가볍다.


이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 세상을 흑백으로 보게 된
아주 여린 한 인간과,
조금 더 오래 세상을 살아서
인생이 어떻게 닳아가는지
이미 알아버린
또 다른 인간의 이야기다.


그는 누군가를 구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선의를 증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세상 풍파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성숙해진 사람은
가르치지 않는다.
설득하지도 않는다.
구원 같은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그는 그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자기 안의 기억에 걸렸기 때문에 걸음을 늦췄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곁에 선다.


같은 속도로,
같은 온도로.


그 과정에서
변하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다.
돕는 쪽도,
도움받는 쪽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까지
조금씩 성숙해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의 삶 하나하나가
누구의 이야기도 함부로 만들지 않으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가서야
여주인공은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 않는다.
눈부신 색은 아니지만
온기가 남아 있는 컬러로
세상을 다시 느낀다.


그리고
극 중 이름처럼
비로소
지안(至安).
편안함에 다다른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조금 센티해지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건 외로움은 아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괜히 말수가 줄어드는 상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데
괜히 마음이 무거운 저녁.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쓸. 쓸. 함.이다.


이 드라마는
그 쓸쓸함을
없애주지 않는다.
위로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 보고 나면
눈물보다
말이 먼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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