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처음 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액셀을 밟는 법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밍이다.
속도를 내는 일은 본능에 가깝지만
멈추는 일에는
항상 계산이 필요하다.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사고가 나고
너무 멀어지면
흐름을 깨뜨린다.
도로 위에서는
그 애매한 간격을
‘안전거리’라고 부르며
법으로도, 상식으로도 지킨다.
이상하게도
사람 사이의 도로에는
그 표지판이 없다.
마음이 앞선다는 이유로
우리는 종종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린다.
배려라는 말로
선 하나를 넘고
그러고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
충돌은
대개 그다음에 일어난다.
차가 찌그러지는 건
돈으로 고친다.
판금도 하고
도색도 한다.
하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각도가 한 번 틀어지면
다시는 예전처럼
달리지 못한다.
낮에는
거리와 각도를 재는 일에 익숙해지고,
저녁이 되면
사람 사이의 간격 앞에서
번번이 서툴러진다.
조금만 더 기다렸어야 할 사이를
너무 일찍 멈춰 세운 적도 있고,
멈춰야 할 순간을 놓쳐
돌이킬 수 없게 만든 적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실패를
몸으로 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차갑지 않게.
그렇다고
데이지도 않게.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너무 가까웠던 건 아닌지,
혹은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멀어져 버린 건 아닌지
백미러를 본다.
가장 좋은 사이는
뜨겁게 엉겨 붙은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달리면서도
같은 방향을
놓치지 않는 거리일 것이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
그리고
다시 출발할 수 있을 만큼만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래 달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나는 그대로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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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직시 #사람간의거리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