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신호에 걸리면
나는 여전히 기어를 N으로 뺀다.
툭.
동력이 끊기며
엔진 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이 소리를
이제는 안다.
앞으로 가지 않는 소리다.
그렇다고
멈춘 소리도 아니다.
계기판 바늘은
800 rpm 부근에서
습관처럼 떤다.
숨 쉬듯,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연료는 계속 줄어든다.
요즘의 나는
딱 저 정도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완전히 쉬지도 못한 채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하루치 에너지를 다 쓴다.
서 있기 위해
달릴 때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브레이크를 밟은 발목이
이상하게 늦게 풀린다.
심장이 한 박자씩
제 속도를 놓친다.
차가 늙은 건지
내 몸이 먼저 낡은 건지
굳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
둘 다
정비소에 맡길 수 없는 상태라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나는 아직
D로 갈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래서
N에 둔 채
핸들만 잡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동안에도
열은 계속 쌓인다.
소음은 안으로만 고인다.
이게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아직 멈추지 못했다는 신호인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꺼진다.
나는 다시
기어를 D로 민다.
덜컹.
차는 나간다.
나는 따라간다.
질문 하나만
남긴 채로.
#N단
#공회전의나이
#중년의잔열
#버티는몸
#깊고푸른밤
(이미지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