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선택

by 깊고푸른밤

말하지 않으면
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끝나기 전에 말하고,
감정이 가라앉기 전에 설명한다.
말을 멈추는 쪽은 늘 불리해 보인다.


침묵은
대부분 선택이 아니라 결과다.
할 말을 놓쳤거나,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거나.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익숙하지 않다.


말은 한 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의도는 사라지고
뉘앙스만 남는다.
기억 속에서
말은 자주 다른 얼굴을 갖는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
입을 열기 전에
잠깐 멈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도망이 아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상황은 흘러간다.
설명하지 않아도
정리는 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 선택은 어렵다.
침묵은
쉽게 오해로 번역된다.


그래도
요즘은 자주
설명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모든 생각을
실시간으로 꺼내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남아 있어서일 때가 많다.


조금 더 두고 보고,
조금 더 늦게 판단한다.


나는 여전히
말해야 할 때는 말한다.
다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조용해지는 대신,
한 박자 늦춘다.


그게 요즘 나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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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