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계산하는 쪽

by 깊고푸른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밥을 먹고 난 뒤
계산서를 두고 머뭇거리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요즘은 자연스럽게 내가 낼 때가 많아졌다.
묻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빠르고 편하니까.


이런 감각은
특별하지도 않고
나만의 것도 아니다.
주변을 보면
대부분 비슷해진다.


차라리 내가 계산하는 게 편한 자리들이 있다.
상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아도 되고,
말수를 줄여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다음 일정이 떠오르고,
이쯤이면 충분하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대화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사람이 싫어서도 아니다.


다만
그 선택이
항상 말끔하게 남지는 않는다.


자리를 먼저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스친다.
조금 더 앉아 있을 수도 있었다.
굳이 내가 가위를 들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계산을 먼저 했다고
성숙해졌다는 느낌은 없다.
어쩌면
그날의 나는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쪽에
조금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 선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같은 쪽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전보다
자리를 오래 끌고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
끝을 미루는 데서 오는 여유를
점점 덜 선택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편해졌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관계를 대하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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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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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태도
#생활의변화


(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