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늦게

by 깊고푸른밤

오늘은 간만에 동생을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카페 안쪽 창가 자리. 유리창에 묻은 먼지가 오후 빛을 조금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문을 밀고 들어가면서도 잠깐 못 알아봤다. 예전보다 어딘가 조금 낯선,

머리가 짧아졌나...


앉자마자 서로 비슷한 말을 했다.

"잘 지냈어?"

대답도 비슷했다.

"그냥 뭐, 그렇지."


그다음은 한동안 컵을 만지는 소리였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주변의 작은 소음들.

그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예전에는 굳이 이런 시간이 필요 없었다.

같은 집에 있었고, 같은 밥을 먹었고, 같은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대충 알고 있었다.


동생이 말을 꺼내다가 멈췄다.

"아, 그게..." 하고는 웃으면서 핸드폰을 한 번 내려다봤다.

잠깐 화면을 켰다가 다시 껐다.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는 조금 돌아갔다.

회사 얘기, 건강 얘기, 뉴스 얘기.

서로 무난한 것들만 골라서 꺼낸다.


한 번은 동시에 말을 꺼내다가 멈췄다.

겹치면 양보하는 쪽이 생긴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잠깐 정적이 흘렀다.

이상하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익숙하지 않았다.


밖을 보니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각자 갈 곳이 있는 걸음이었다.


헤어질 때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

"조심히 가."

"연락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신호가 바뀌었다.

동생이 먼저 건너갔다.

나는 한 박자 늦게 발을 뗐다.



#낯설지않은낯섦 #그래도가족 #조용한소중함

#굳이말하지않아도


(이미지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