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매년 오는데, 봄동은 갑자기 나타난다

by 깊고푸른밤

봄동이 올라왔다.

아니, 정확히는 올라온 것이 아니라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다.

작년에도 있었고, 재작년에도 있었던 채소인데

올해는 갑자기 '지금'의 것이 되었다.


누군가 발견했다기보다

모두가 동시에 알아차린 느낌에 가깝다.


예전에는 음식을 먹고 나서 말이 붙었다.

요즘은 말이 먼저 붙고,

그다음에 먹는다.


"아삭하다"

"향이 좋다"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대체로 길지 않은 문장들이다.

대충 세 줄이면 설명이 끝난다.


설명이 짧다는 건 편리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누구나 금방 질릴 수 있다.


탕후루도 그랬고,

마라탕도 그랬고,

이름이 조금 낯설었던 초콜릿도 그랬다.


유행의 공통점은 맛이 아니라

전달 속도에 있다.


한 번 보면 알 수 있고,

두 번 보면 따라 할 수 있고,

세 번 보면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그 이후의 시간은

대체로 생략된다.


우리는 요즘 음식을 먹으면서

조금 다른 것도 같이 먹는다.


"이걸 아는 사람"이라는 감각,

"도 뒤처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안도감.


생각해 보면 그건 꽤 합리적인 선택이다.

비싼 것도 아니고,

위험한 것도 아니고,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속도'다.


너무 빠르면

좋았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전에

이미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봄동은 아마 잘못한 게 없다.


그냥

지금의 방식으로

소비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췄을 뿐이다.


제철이라는 말은 짧고,

건강하다는 이미지는 무난하고,

익숙하지만 촌스럽지 않다.


설명하기 쉽고,

권하기 부담 없고,

거부하기 애매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있는 건지,

아니면

먹었다는 사실을 관리하고 있는 건지.


맛은 금방 지나가는데

기록은 오래 남는다.

사진은 남는데

장면은 잘 남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먹은 것 같은데,

막상 떠올리면

하나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이 모든 과정은 꽤 효율적이다.


설명은 짧고,

확산은 빠르고,

실패는 거의 없다.

그래서 문제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덜 남는다.


봄동을 먹는 일이

봄을 기억하는 일이 되지 못하고,

그저

"이번에도 지나갔다"는 표시 하나로

정리되는 느낌.


내년 봄에도 봄동은 올라올 것이다.

아마 그때도,

갑자기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봄동 #유행의가벼움 #씁쓸한동참 #정서적빈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