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지 않기로 한 선택

by 깊고푸른밤

끝까지 가는 일은
대개 미덕으로 분류된다.


완주, 성취, 인내.


중간에 멈추는 일은
너무 쉽게 ‘포기’로 이름 붙여진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가야 할 이유들을
미리 준비해 둔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만큼 했으니까.
지금 멈추면 아까우니까.


그 말들은
앞을 향한 결심처럼 들리지만,
실은 '되돌아 설 용기'를
조용히 차단한다.


어떤 날에는
속도가 먼저 줄어든다.


머리는 계속 가자고 하는데
손이 자꾸 멈춘다.
끝이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더 가면 고장 난다는 경고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신호를 무시하는 데 익숙하다.


멈추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중단은 늘 설명을 요구한다.
왜 그만두었는지,
왜 끝까지 가지 않았는지.


설명은 피곤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피곤함을 피하려 완주를 택한다.


하지만 끝까지 가지 않기로 한 선택은,
생각보다 소란스럽지 않다.


드라마도 없고,
박수도 없다.


다만 어느 순간 가방을 내려놓고,
더 이상 다음 단계를 상상하지 않기로 한다.


그 선택은
뒤돌아섬이라기보다
방향을 닫는 일에 가깝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방향이 나를 소모시킬 것이
분명해서.


끝까지 가지 않으면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
그 사실은 명백하다.
다만 끝까지 갔을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는
대개 계산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멈춘 자신을 오래 변명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이후의 삶에서 말수가 조금 줄고,
밤이 조금 길어질 뿐이다.


불이 켜진 채로 끝나지 않은 일들이
책상 위에 있다.


다음 단계로 이어질 문장은 작성되지 않은 채 멈춰 있다.


그 공백은 실패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밤,
더 이상 신호는 오지 않는다.
호흡이 길어지고, 어깨가 내려간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끝보다
지금, 여기가
조금 더 분명해진다.


창밖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진다.
남아 있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나는 더 이상
그 뒤를 상상하지 않는다.


멈춘 자리에서
밤은 계속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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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의강박
#설명은피곤하다
#느림의태도


(이미지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