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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구석작가 Aisha Apr 16. 2024

출국 345시간 전

 - 깃털만큼 가벼운 자기소개 시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게으름지수가 상승곡선을 타기도 했고, 솔직히 연애를 하다 보니 소원해졌다. 글을 쓰는 작업은 잔인할 정도로 외로운 혼자만의 일이라서 한번 사색에 잠기면 그 순간만큼은 무기징역 받은 사형수다. 글쓰기 감옥에 갇힌 순간이 오늘의 행복회로를 앗아갈까 봐 두려웠다. 대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프레임에 담긴 고작 몇 장의 사진들로 하여금 타인의 삶을 판단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남의 행복을 단정 짓고, 남의 행복을 좇는다.  



다시 쓰는 일로 하여금 사라지는 기억을 움켜잡고자 한다. 그리하여, 오늘은 브런치 처음으로 기록하는 깃털만큼 가벼운 자기소개 시간이다. 나는 삼십 대의 153.4cm 쟈근 여자사람이다. 한동안 돼지로운 생활을 영위하다가, 세상의 끝을 향하기 위한 티켓을 부지불식간에 거머쥔 이후로 체력 증진과 체중 감량이라는 엄청난 난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지르면 뭐든지 해내는 선지름 후수습형 인간이라 2개월 만에 9kg 감량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다만 평소에 칭칭 잘 싸매고 다닌 터라 살이 빠진 줄 모르는 사람도 있어 살짝 서운하다. 힘든 상황에서도 체력이 안 받쳐주면 한없이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아서 매일 운동과 조우 중이다. 예민보스 외형과는 다르게 관심사 외에는 별생각 없이 산다. 버킷 리스트에 수년째 써놓은 꿈과 막상 마주하려니, 세상에 할 일도 많은데 굳이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선현들의 혜안에 별점 다섯 개 드리고 싶다. 말이 씨가 된다니. 이제 스페인 성당에가서 바람이 휘휘 불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떠밀려 가게 해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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