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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Dec 09. 2022

매일 글쓰기 약속 1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

 2년 전 만삭의 몸으로 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이직의 커다란 포부를 안고 직장을 그만 둔지 어언 1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축복같이 찾아온 뱃속의 아이,  축축 늘어져가는 몸, 스멀스멀 본능적으로 발동하는 게으름 등의 다양한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매일 스스로 외워가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브런치 작가 신청해보라는 친구의 권유에 무언가 홀린 듯 두 시간 다다다닥 앉은자리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




 나의 첫 글의 주제는 사관생도 시절 열심히 외웠던 신조 중 세 번째 '안일한 불의의 길 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였다. 군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나의 자랑스러웠던 군 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군뽕'이라는 말 이외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 그런 알쏭달쏭한 감정이 조물조물 섞여 내려갔던 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20대 10년 동안 깊고 깊게 고민했던 군 생활과 삶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중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고, 멋있어 보일만한 나에 대한 글을 썼다는 괴리감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 말고는 글이 잘 쓰이지 않았다. 나의 포장에 너무 능해져 내 생각도 포장이 되어 진짜 나의 생각을 내가 알 수 없어졌다.


 마음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어 시간이 필요했다. 군 생활의 밝음과 그늘, 나의 미래에 대한 성찰,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들을 차근히 풀어야 했다. 그리고 엉켜있는 마음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하는 아가의 시계는 째깍째깍 흘러 나는 출산과 육아의 폭포수를 헤쳐 지금은 아기가 귀여운 단어들을 오물오물 말할 정도로 키워냈다. 어느 정도 군대의 물이 빠져나가고 내가 조금 더 보일 때 글을 쓰고자 했고, 지금 다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간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낸 것 외 에는 사실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직의 커다란 포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을뿐더러 '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만 점점 더 커져가는 오늘이다. 육아와 병행했던 두 번의 입시는 물거품이 되었고, 지금은 또다시 새로운 생명을 몸에 품고 있다. 계약직이라도 구하고자 하는 일자리는 임신과 육아에 번번이 막히고,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남편 직업의 특성상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나 잘할 수 있겠지?'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매일 글쓰기로 다시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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