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부모 닦기

by 이상필

유주에게 장난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환경에 똑같은 장난감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르고 고르던 중에 아내가 추천한 장난감을 주문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싱크대 장난감!
싱크대의 모형을 귀엽게 만들어 낸 이 장난감은 개수대에서 실제로 물이 나오고 가스레인지와

식기 건조대도 있어 싱크대 활동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유주는 이 장난감을 처음 보고 화려한 감탄사로 기쁨을 표현했고 이리저리 살피며 장난감을 탐색했습니다.
유주는 함께 들어있는 식기와 채소들을 닦고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 제법 그럴싸하게

요리하는 흉내도 냈습니다.
그런 뒤에는 자신이 갖고 있었던 장난감들 중 더러운 것들을 가지고 와 물에 헹구며 깨끗이 닦았습니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설거지할 때 의자를 끌고 와 보며 관심을 갖더니 그새 또 보고 배웠나 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고 싶어 합니다.
설거지하는 모습, 청소하는 모습, 양치하는 모습, 빨래 너는 모습, 전화하는 모습 등등.
그럴 때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적절하지 못하게 내가 아이에게 했던 모습을 아이가 배웠으면 어떡하나..

어쩌면 육아는 아이를 통해 부모의 모습을 깨끗하게 씻고 가꾸어 가는 것 같습니다.
때론 아이의 고집과 투정에 지치고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잘해줘야지,

아이를 더 사랑해줘야지 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결국 부모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과 모습 또한 변화시킵니다.

유주에게 본이 되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육아하는 매 순간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이 시간을 통해 내 스스로의 모습과 생각이 변화되어

유주에게 아름다움만을 전할 수만 있다면 저는 묵묵히 유주의 눈높이에 저의 시선을 맞추어

저의 모습을 변화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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