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모자란 아빠 마음

by 이상필

오늘은 유주 어린이집 하원 후에 유주가 가는 대로 길을 따라가 보자라고 생각하고 유주를 데리러 갔습니다.
유주가 처음 향한 곳은 어린이집 뒤 놀이터.
조금이라도 하원 시간을 단축시켜 보려고 집 앞 놀이터에 가자고 꼬셔봤지만 유주의 마음은 완고했습니다.

그네 타고 갈 거야~!!

30분 동안 앉아서 타기, 엎드려 타기, 줄 꼬아서 돌기 다양한 자세와 방법으로 그네를 신나게 타고서야 놀이터 밖으로 나왔습니다.
유주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평소와는 다른 길을 통해 큰 길가로 나왔습니다. 유주는 두리번두리번 동네를 거닐더니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지하철역!
지하철역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개찰구를 찾아냈습니다.

기차 타고 마트 갈 거야

평소 자동차를 타고 가던 마트를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유주의 한 마디는

순간적으로 저를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하원 시간을 넉넉히 생각하고 유주를 따라나선 길이었지만 지하철을 타면 생각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먼저 저는 유주에게 표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유주는 자동판매기로 가 표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유주에게 돈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주는 ATM기로 달려가 돈을 찾을 거라고 했습니다.
유주에게 카드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주는 없다고 했습니다.
유주에게 다음에 돈 갖고 와서 지하철을 타자고 했습니다.

유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과자 하나를 사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왔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아빠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준 유주가 고맙고도 미안했습니다.
제가 좀 편하고자 유주를 위해 선뜻 티머니를 터치해 주지 못한 아빠로서 부끄러움이 몰려왔습니다.
유주가 그토록 타고 싶어 했던 지하철은 단순히 돈으로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녔습니다.

아빠의 시간과 마음까지도 지불해야 하는 값진 지하철이었습니다.

오늘 유주가 아빠의 말을 이해해주고 양보해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는 티머니에 잔고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을 충전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