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금지

그냥 가게 해주세요

by 글쓰는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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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여자친구와 한강공원 해먹에 드러누워 야경 구경.


"집이 저렇게 많은데 왜 우리가 살 집은 없을까?"

"그러게, 평생 모으면 저기 저 한강 변 아파트 하나 살 수 있으려나?"

"평생 모아도 안될 거 같은데?"


살 집을 얻기 위해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다. 인생 최대 과제이자 목표가 집이어야 한다니, 슬프다. 어린이 세계는 다양한 꿈들이 있었다. 대통령, 연예인, 작가, 운동선수, 슈퍼마켓 주인. 어른 세계는 꿈이 하나로 귀결된다. 집. 물질이 정신을 먹어 치우는 과정.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걸까?


둘. 야근 후 함께 택시를 기다리는 동료의 말.


"먼저 떠나세요. 전 이제 집 대출이 있어서 못 나가요."


삶의 원동력이 대출이라니. 은행이 뒤를 바짝 쫓아오며 동료 등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상상을 한다.


셋. 꿈.


인생 유통기한이 다 됐으니 저승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저승까지 셔틀을 타고간다. 저승문 앞에서 기계에 얼굴 인식을 한다.

삑. 죽음 거부. 대출금이 남았으니 환생해서 회사로 돌아가시오.


"네? 전 원금까지 다 갚고 죽었어요. 그냥 죽게 해주세요."

"당신 하나 처리하는데 경비가 얼마 드는지 알아요? 그 돈 다 갚아야 죽을 수 있습니다. 다음번 죽음까지 만기니까 돌아가서 이자부터 갚으세요."

"아니, 죽은 거도 억울한데 왜 그걸 제가 갚아야 해요?"

"악마가 무료봉사하는 거 본 적 있어요? 탓 할거하면 노잣돈 안 남겨준 당신 가족이나 탓하세요."


넷.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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