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가또 문화

감사가 꼭 나쁜 건 아니지만

by 글쓰는 아재


IMG-1951.jpg 때로는 가까워도 먼, 그런 게 있다




오랜만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다시 읽었다. ‘천황의 온(皇恩)’ 부분은 역시 다시 봐도 쫀득쫀득 했다. 개인의 안락한 삶은 천황의 은혜 덕분이다. 전쟁 중 천황이 내려준 한 개비의 담배에는 온(恩) 담겨있다. 가미카제는 황은에 보답하는 것이다.


숱하게 들어온 그 말.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위해 어쩌고 저쩌고.”, “본부장님께서 직원들을 위해 어쩌고 저쩌고.” 물론 이분들이 직원을 위해 하사하신 돈과 선물은 개인 것이 아니라 회사 공적 비용이다. 천황이 담배를 자기 담뱃갑에서 꺼내서 준 게 아닌 것처럼.


한국 회사 직원은 자신을 고용해주는 회사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 안락한 생활을 주신 회사에 조건 없는 충성을 다할 의무가 있다. 사장님이 내려준 선물 하나에는 온(恩)이 담겨있다. 이 몸 불살라 온(恩)에 보답해야 한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그냥 우리네 전통문화이니 하며 각자 위치에 수긍하고 살아야 하나. 베네딕트가 말한 ‘각자 알맞은 위치 갖기’가 몸에 배어 있는 일본인처럼? 우리가 그 정도로 같은 민족이었나? 이게 지켜야 할 전통문화인가?


책을 덮고, 한 선배가 농담으로 자주 말하는 ‘아리가또 문화’가 떠올라 한참 웃었다. 어떻게 그런 찰떡같은 말을 만들어 냈는지. 다른 건 몰라도 통찰력 하나만큼은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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