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취미입니다
하나. 어느 순간부터 읽은 책과 안 읽은 책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같은 책을 두 번 사거나, 읽었다고 생각해 사지 않기도 했다. 목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고향 집에 책을 보낼 때마다 읽은 책을 엑셀로 정리했다.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서점에 서서 엑셀을 열어야 한다니. 수고로움이 도를 넘었다. 그냥 생각을 바꿨다. 기억 못 하면 그냥 또 읽는 걸로. 두 번 사면 어떠하며, 또 읽으면 어떠하리. 굳이 철저할 필요가 있을까. 독서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닌데 뭘.
둘. 책을 읽은 장소들. 집, 집 앞 카페, 서울의 카페와 거리, 미술관, 선유도 공원, 한강 공원, 서울 식물원, 지하철, 버스, 비행기, 공항, 제주도의 카페, 방콕의 식당, 치앙마이의 카페, 다낭의 호텔, 그 외 여러 국가의 공항, 고속버스터미널, 고속버스, 고향 집. 회사만 없다. 회사는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셋. 이력서에 절대 쓰지 말아야 할 취미는 독서.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누구나 다 하는 거라서, 독특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회사는 독특한 사람을 뽑지만, 독특하면 조직에서 미움받는다. 독특함으로 따지면, 회사만큼 독특한 건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