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사는 건 맞지만, 막살지는 않습니다만
“요즘 여자들은 뭔 말만 하면 성희롱이라고 어쩌고저쩌고.”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자꾸 동의를 구한다.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난 말에 대해선 진지한 편이다.
말은 화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담아 청자에게 전달하는 음성 수단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즉 똑같은 말이라도 담겨있는 생각과 느낌은 다르다.
자동차 소음과 말은 엄연히 다른 소리다. 말은 주체가 있고, 의도가 있는 활동이며, 청자는 화자의 말에서 의도를 파악한다.
말은 화자의 언어(국가별), 말투, 어조, 억양, 표정, 몸짓, 단어, 살아온 문화, 나이, 직책, 직급 등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청자 역시 화자의 말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의 뇌는 이 복잡한 활동을 순간적으로 해내는 고도로 발달한 기계다.
부하 직원이 상급자에게 성희롱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상급자 앞에서는 말을 할 때 몸짓, 표정, 말투, 단어 선택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걸. 하급자 앞에서는 다르다. 왜? 하급자니까. 막 대해도 되는 낮은 사람이니까. 이미 머릿속에는 하급자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다시 말하지만, 말은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청자는 총체적 활동으로 화자의 말에서 생각과 느낌을 읽어낸다.
우리는 말을 너무 쉽게 해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기도, 혹은 죽이기도 한다. (인터넷 악성댓글과 관련된 사건들을 떠올려 보자) 내가 뱉은 ‘뭔 말’에 청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먼저 그 ‘뭔 말’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요즘 여자들은 뭔 말만 하면 성희롱이라고 어쩌고저쩌고.”
물론, 이 말에도 화자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1) 요즘 여자들; 옛날 여자들은 남자가 무슨 말을 하든 고분고분 복종했었다. 여자란 원래 그런 것인데, 요즘 여자들은 뭘 잘 못 배웠다 2) 뭔 말만 하면; 남자고 상급자인 내가 하는 말은 뭐든지 옳은 것이다. 감히 반발 하는가? 3) 성희롱이라고; 여자는 원래 성적 대상물 그 이상은 아니다. 주어진 순리를 받아들일 것이지 어디서 난리냐. 4) 어쩌고저쩌고; 멍멍이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