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속성

말에 관한 말, 말, 말

by 글쓰는 아재
강물.JPG 지금 이 순간에도 내뱉은 말은 어딘가 떠다니고 있다




하나

말은 죽지 않는다. 한 번 입을 떠난 말은 죽지 않고 이 세계를 끝없이 부유한다. 그 말은 때가 되면 찾아와 거머리처럼 붙어 피를 빨아댄다. 걔가 그런 사람이었어? 원래 그래, 걔가 전에 어떤 말을 했냐면 말이지?


말은 재생산된다. 앞집에 살던 남자 알아? 앞집에 살던 잘생긴 남자 알아? 앞집에 살던 잘생기고 키 큰 남자 알아? 앞집에 연예인이 살았다면서? 앞집에 배우가 살았대. 앞집에 사는 영화배우 사촌 동생이 축구 선수라며? 앞집에 운동선수가 산다며? 동생이 연예인 이라던데?


말은 과거를 바꾼다. 걔가 그 대학은 어떻게 갔대? 걔 공부 못했었는데? 아니야 공부를 잘했겠지. 그러니까 그 대학에 갔겠지. 하긴 그렇지. 아마 잘했을 거야. 맞아 생각해 보니까 걘 항상 모범생이었어. 공부만 하는 그런 아이였지. 그러니까 그 대학에 간 거야.


말은 사람을 만든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외모도 아름답다. 입에 걸레를 문 사람은 외모도 지저분하다. 매너만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다.


다섯

말은 세계를 만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은 노트북이라 불리기에 노트북이고, 옆에 놓인 커피는 커피라 불리기에 커피다. 앞에 앉은 사람은 타인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있다. 아직 말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아마도 마지막

세 치 혀가 만드는 말이 세계를 만들고 파괴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의 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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