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행복의 조건

형제여 의심하지 말지어다

by 글쓰는 아재
아파트.jpg 돈 욕심 없어요, 소소하게 서울에 아파트 하나 정도(?) 바랄 뿐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간혹 신앙심이 얕아지는 순간이 있다.


경우 하나


한 병에 십이만 원인 영양제. 야무지게 세 알만 빼내려고 탁탁 털다가 병이 손에서 미끄러진다. 바닥에 와르르 쏟아진 알약을 정성껏 주워 모은다. 휴지로 한 알 한 알 닦아서 다시 병에 넣는 순간. 그래, 돈은 행복으로 가는 길을 편하게 해 줄지도 몰라.


경우 둘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은 왜 죄다 비싼 건지. 옷의 가격이 아니라 사람의 품격이 높아야 한다고 자위하면서 아무거나 주워 입고 다닌다. 우연히 쇼윈도에 비친 몰골을 보는 순간. 그래, 다른 건 몰라도 미적 욕구 충족의 영역에는 돈이 필요할지도 몰라.


경우 셋


비가 많이 오면 어김없이 벽지에 축축이 스며드는 빗물. ‘이런들 어떠하리’ 하다가 이어지는 곰팡이 습격에 혹사당하며 ‘저런들 어떠할 순 없어’라며 곰팡이 제거제를 검색하고 있는 순간. 어쩌면, 돈은 생존의 어머니가 아닐까?


경우 넷


분노 기능이 소멸한 6년 차 회사원 OO 대리. 그도 분노가 극에 달하는 때가 있으니 너무 바빠서 글 쓸 시간이 없을 때다. 젠장 이런 무의미한 짓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니. 돈이 많아서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어쩌면 돈은 행복의 기본 조건일지도 몰라.


현실


잘 익은 고기와 소맥, 좋아하는 사람만 있으면 행복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는 단순함. 신남이 극에 달한 그 순간. 돈은 돈이요, 행복은 행복이로다. 부자 건 가난한 자건 내일 아침 숙취를 피할 수 없을 터이니, 술 앞에 평등할지어다. 부디 모두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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