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끌고 가는 것
“좋아하는 게 뭐야?”
밑도 끝도 없는 일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10,000 조각 짜리 직소 퍼즐이나 600km가 넘는 국토대장정, 두꺼운 책, 장거리 달리기. 이러니저러니 해도 밑도 끝도 없는 일의 최고봉은 글쓰기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공모전 탈락은 일상이고, 잘하는 짓이라 칭찬해 주는 사람 하나 없다.
“그거 해서 뭐할 건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이다. 글 쓴다고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인격 수양, 인간 정신의 고양, 정서 함양. 그런 고상한 대답은 못 한다. 하자 많은 인간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해봐야 신뢰성만 떨어지니까.
“그냥. 그냥 좋아하니까 해.”
어쩌면 최선의 대답일지 모른다. 밑도 끝도 없는 일이니까 밑도 끝도 없이 대답 해야지.
“적어도 넌 네 삶을 이끌고 가는 게 있어서 좋겠네.”
어느 소설에서 읽은 대사였다. ‘그냥’을 대신할 가장 적절한 말인 것 같아 가끔 빌려 썼다. “뭐 할 건 아니고, 삶을 이끌고 가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거야. 돈이나 명예에 쫓기는 삶 말고, 좋아하는 일이 삶을 이끌고 가는 게 좋더라고.” 멋들어진 대답에 스스로 만족해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봐야 헛소리란 걸 알면서.
주변에서 부동산·주식·코인을 빵빵 터트리면서 축배를 드는 모습을 볼 때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허구한 날 처박혀서 글이나 쓰고 있다니.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더 나이 들기 전에 자본의 물결에 올라타야 하나. 누구 하나 알아봐 주지 않는 글이나 쓰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닐까.
금세 다시 고쳐 생각한다. 밑도 끝도 없는 일에서 왜 끝을 찾으려고 할까? 이 일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밑을 보지 말자. 끝을 찾으려고 하지 말자. 하면서 오늘도 끼적인다.
글이 삶을 끌고 가든 삶이 글을 끌고 가든 무슨 상관이랴. 그냥 쓰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