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by 글쓰는 아재
선인장.jpg 가시 많은 왕과 여왕은 사막이 제격이다




유소년 시절, 동네에는 골목대장이 있었다. 인사 똑바로 안 한다고 윽박지르고,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욕하는 덩치 큰 형.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내 세계는 시골 마을이 전부였고 그곳을 지배하는 사람은 그 형이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자그맣던 촌놈은 작은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시야가 넓어졌기에 그 형이 얼마나 하찮은 인간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좁은 우물에 갇혀 우두머리 행세나 하는 미련한 인간. 그런 인간류는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우린 모두 머리가 굵은 어른이니까.


웬걸, 세상에. 그런 인간류를 매일 보면서 살 줄이야. “내가 나가는데 일어서서 인사 안 하냐?”, “오랜만에 보면 바로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지?” 소름과 추억이 쌍으로 돋는 주옥같은 대사를 어른이 되어서도 들을 줄이야.


몇 번 양보해서 들을 수도 있다고 치자. 세계를 호령하는 굴지의 기업에서라면. 그래 그 정도 세계관이면 누아르(noir)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느낌일지도. 그게 아니라 코딱지만 한 회사에서 그러니,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어설프게 패러디한 B급 영화 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 그래. 어차피 벗어나지 못할 이 세계.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나만 손해지. 아름답게 생각하기로 한다. 야호 골목대장이 활개 치던 정겨운 시골 마을로 돌아온 거야! 난 동심을 잃지 않은 순수한 어른들이 이끄는 아름다운 회사에 다니고 있어! 라고.


젠장. 그럼 뭐 임직원 모두 함께 오징어 게임이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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