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틀 모양은 무엇일까?
한참 와플 기계가 유행이었다. 빵, 떡, 만두, 고기, 뭐든 와플 기계에 넣고 찍어내면 격자무늬 와플 모양의 음식이 튀어나왔다. 프라이팬보다 편리하고 음식의 완성도가 높아 와플 기계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회식 자리, 오늘 도마 위 생선은 A 부장이었다. 누군가는 못된 인간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착한 사람이라 했다. 똑똑하다는 사람도 있고, 멍청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작은 TV, 와플 기계가 떡을 찍어내고 있었다.
각자가 가진 와플 기계를 생각했다. 음식이 아닌 사람을 찍어내는 기계다. 내가 받아들이는 타인은, 내 가치관이나 윤리관의 틀로 찍어낸 인물일 수밖에 없으니까. A 부장은 한 명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해지려면 내 틀을 부수어야 하는데? 내 상식, 윤리관, 가치관, 미적 관념 모두를 부정할 수 있을까? 완전한 백지상태로 상대방 색깔을 모두 받아들이는 게 가능할까? 어릴 땐 색깔이 없는 사람이 될까 걱정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너무 강한 색깔은 또 별로인 것 같기도 하고…….
술이 생각을, 생각이 잠을 불러 결국 또 김포공항까지 갔다. 반대로 다시 가는 지하철에서 생각도 뒤집었다. 타인이 내 틀로 찍어내는 사람이라면, 다르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 관계가 힘들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바뀌길 원한다면, 어쩌면 답은 내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 그 와중에 스마트폰 메모장에 끼적거려 놓은 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안 잃어버리고 집까지 들고 온 것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