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핑계로, 삶은 다시 시작이다.

독서노트

by 앤의하루
【2025년 신작, 달리기는 핑계고】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기는 언제나 핑계였다. 바쁜 하루를 잠시 벗어나기 위한 핑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한 핑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시 만나기 위한 가장 합당한 변명이었다.

『달리기는 핑계고』는 그 솔직한 고백에서 시작해, 달리기를 매개로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달리기를 '대단한 목표'나 '성취의 상징'으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걷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절, 아주 짧은 시간의 움직임이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결국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이야기는 러너가 아닌 사람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변화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 그 자체라는 메시지는, 이미 달리고 있는 나에게도 다시 한번 속도를 낮추게 만든다.

책은 달리기의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 보여준다.

시작은 늘 작고 조심스럽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주저앉아 있는 상태에서, 달리기는 결심이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그 선택이 반복되며 'Running'의 구간으로 넘어가면, 달리기는 더 이상 혼자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완주'에 대한 시선이다. 이 책에서 완주는 끝이 아니다. 기록을 남기거나 메달을 거는 행위보다, 다시 다음 날을 살아갈 힘을 확보하는 과정에 가깝다.

오늘 멈춰도 괜찮고, 내일 다시 이어가면 된다는 태도는 달리기뿐 아니라 삶 전반에 적용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만든다.

나 역시 달리기를 통해 삶의 결을 조금씩 바꾸어온 사람으로서, 이 책의 문장들은 낯설지 않았다. 힘들 때 달렸고, 기쁠 때도 달렸으며,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매일 운동화를 신었다.

달리는 동안 생각은 정리되고, 호흡은 나를 현재로 되돌려 놓는다. 그 반복 속에서 삶은 조금 덜 흔들리고, 나는 나만의 속도를 인정하게 되었다.

『달리기는 핑계고』는 러닝 기술서도, 의욕을 부추기는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오히려 지친 사람의 옆에 조용히 앉아 "지금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토닥거려 주는 책에 가깝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미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삶을 지나고 있는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달리기가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인 것이다. 단 1분의 움직임이라도 좋은.

다시 움직이겠다는 선택이 있는 한, 삶은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맨다. 잘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책에서는 그 아주 단순하고도 중요한 이유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해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저무는 것들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