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묶음
아버지는 다른 세계의 파수꾼이 되었다.
엄마의 꿈속,
하얀 옷을 입고 빛이 났다는
아버지는 그 세계의 경계에서
내려다보신다고.
전등에 꽂혀있는 곰방대가
아버지의 휴대폰을 열자
온기 잃은 방 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자리인 양 올라가 있는 게,
밥상의 술잔을 눈치챈 게,
동그랗게 등을 말고 앉아
외로움 한 잔 욱여넣을 때
벗이나 되었을까.
가슴이 왈칵.
심장이 멎었던 날
함께한 긴 세월을 목구멍에 걸어놓고
아픈 손녀를 살펴달라는 엄마의 당부.
자식 셋 중 한 번 안아준 적 없었던
그 딸의 딸은
웃음도 건강한 대학생이 되었다.
찬바람을 등에 대고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유품을 태워 보냈다.
하얀 연기 위로 새벽빛이 어슴푸레 보였다.
순간,
머리 위를 맴돌다 서쪽으로 날아간 황새.
생전 학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다시 태어나면 새로 태어나 키여."
그렇게 경계를 지키는 파수꾼.
아버지 앞에 토해내던 미움이라는 감정은
발 밑에 수그려 앉아 그리움이라 써본다.
이제는 안다.
그 방 가득하던 침묵이
미움이 아니라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소주잔 앞에 웅크렸던 밤,
찬 의자에 앉아 딸을 기다리던 어깨,
골수검사는 싫다며 돌아앉던 뒷모습.
안아드릴걸.
온기 잃은 방 한가운데서
뒤늦은 사랑에 숨죽여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