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길

하루를 위한 하루

by 앤의하루

발이 왜 이리 크냐 하시던 아버지 말이 떠오르네.

투박해도 어쩔 수가 없지.

와이드 한 데다 사이즈 업으로.

좋은 곳으로 데려가라.


느슨하면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대장의 말이 귀에 박혀

매듭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죄어.

어디로든 데려가라.


차가운 공기와 맞잡은 신선함이

단단히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고

예고 없이 들이쉰 겨울바람에 콧등 시큰해도

멈추지 말고 가보자.


험로(險路)에서 만난 발 밑의 돌멩이는

울퉁불퉁 사연을 쏟아내고

앞을 막아선 나무에 적힌 글귀 하나.

더뎌진 발걸음에 쉬어가라.


상완에 감긴 암밴드가 조여 오고

모니터에 들뜨는 숫자가 오늘의 지침이 되네.

하루의 긴장을 벗기 위해 집어 들었던 러닝화.

이완을 위해 잠시 멈추라니.


반짝 콧등을 세우고

탄성 있는 미드솔을 자랑하며

내 걸음을 재촉하듯 속삭여도

한숨 가다듬으며 마음만 먼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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