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끝

가족이라는 묶음

by 앤의하루

아버지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척들이 모이면 과거의 조각들이

손바닥 위에 올려져 이리저리 뒤집혔,

화를 못 이긴 아버지는 집을 뛰쳐나갔다.


작은아버지의 팔을 잡은 신부는 식장 안으로,

웨딩드레스가 조명을 받아 빛을 반사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질끈 감게 했다.

눈물로 수놓은 버진로드.


기억 속 아버지의 저녁은 외롭고 초라했다.

작은 밥상 위에 밥과 김치, 멸치와 소주만을 두고

등을 말고는 두 다리를 포개어 가슴팍에 묻는다

소주 한잔에 멸치 하나,


유독 그 아이,

할아버지를 따르던

아버지가 좋아하던

그 아이가 등을 말고 두 다리를 포개어

가슴팍에 밀어 넣고 밥을 먹는 모습에

경악한다.


독감 증세로 아버지가 입원을 하고

칠일 후 의식을 잃었다.

척추를 찌르는 골수검사용 굵은 바늘

병의 진단이 내려지기 전,

보험금 청구라는 목적이 숨겨진

가족들의 이기심이다.

의식 없는 아빠의 등은 바르르 떨렸고

딸은 죄책감에 소리 내어 울었다


돌아가신다고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겠다던 소녀였다.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가을이면 다가오는 빈자리

소주 한잔, 멸치 안주 삼아

후회로 채우고,

그리움으로 채운다.


살아서 못다 한 가장으로서의 책임

아버지는 하늘에서 그 소임을 다한다.

꿈에 다녀가신 날은 꼭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