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드러나는 것들
해가 비껴 선 오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온몸을 햇빛에 내맡긴다.
바람을 등지고 서 있다가
어느 순간 흔들림의 결을 따라
몸을 기울인다.
삼삼오오 모였다 흩어지는,
이슬은 어떤 숨결을 품었는지
오가는 사람들은 어떤 온도를 남기는지
가벼운 대화로 몸을 비벼대고는.
홀로 걷는 이의 길동무가 되고,
아이의 머리 장식이 되고,
갓등 꺼진 택시 기사의
오수를 깨우는 초록불이 되는.
어디선가 미세한 흔들림이 닿으면
가느다란 결마다 생을 떨구고,
서둘러 자신의 무게를 던지는.
그들은 그렇게
한 계절, 한 때의 상징이 되고,
그가 있던 빈자리만이
계절의 변화를 드러낸다.
그리고 문득,
흔들리다 저무는 그들이
우리의 삶을 닮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