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위한 하루
시간을 기다린다.
약속까지 아직 한 시간.
근처 카페에 들어와 충전을 한다.
마음도 그렇고, 내 휴대폰도 그렇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도 아마 나처럼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러 온 이들이겠지.
넓은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나무들 틈새에서 부서져 내린다.
그 뜨거운 빛줄기에 나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뜬다.
생을 다한 나뭇잎들이 키 큰 나무 위에서 왈츠를 추듯 천천히 나선을 그리며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속없게도, 그 순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찬란한 계절을 피워내고 생을 다해 져물어가는 낙엽들이 아름다웠다.
문득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저물 수 있을까.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추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리에 이끼가 앉고 썩어가도록 고인 물처럼 있고 싶지가 않다.
눈치 없는 꼰대로도 남고 싶지도 않다.
“저 나이에 왜 저럴까”
그런 눈흘김도 받고 싶지 않다.
나는
농익어 무르익은 사람으로 아름답게 저물고 싶다.
벌레가 잎을 갉아 양분을 얻고 새 삶을 위해 탈피하듯
나도 누군가에게 내 양분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가 더 찬란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바람 한 줄기라도 보태는 사람.
잠시 불어온 바람에
수많은 잎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낙엽은 생의 끝을 알리며 작별을 고하지만
나무에게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낙엽을 양분 삼아 뿌리는 더 단단해지고 몸통은 흔들림으로
남은 잎들을 털어내며 새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이 오면 연둣빛 새잎을 달고
또다시 찬란함을 피워내겠지.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낙엽이고 싶기도,
나무이고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