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불편

하루를 위한 하루

by 앤의하루


이른 새벽,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공항.
늘 그렇듯 공항은 기 빨리는 공간이다.


탑승 시간이 많이 남아 잠시 앉아 있었을 뿐인데
휴대폰만 만지작거려도 이상하게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하루치 체력을 다 써버린 것 같은 느낌.

사람이 많지도 않은 이른 시간인데도
공항이라는 장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나를 옥죄어 온다.
막 7시가 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피곤할 일인가 싶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
쏟아지는 안내방송,
눈을 찌르는 밝은 조명.
세 가지가 동시에 몰려오면 내 감각은 과부하 상태에 들어간다.

전날 밤 덜 챙긴 건 없는지,
챙길 건 없는지,
미세한 신경의 촉수가 계속 곤두서 있고
그 긴장 위로 공항의 소음들이 겹겹이 쌓여 올라온다.

공기도 다르다.
넓은 공간이라 환기가 잘 될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산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진다.
그 공기가 높은 천장에 울려 머물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처럼
묘한 이질감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좁은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 흔들림을 견디는 동안 몸 안의 긴장이 가라앉지 않아 마치 에너지를 쏟는 것처럼 기진맥진해진다.

특히 만성 중이염과 고혈압을 가진 내게 이 공간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감당이 쉽지 않은 장소다.

새벽의 고요를 뚫고 왔지만
공항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소음 속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 소음이

내 하루의 첫 에너지를


조용히 빼앗아 간다.

작가의 이전글가을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