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빈자리

바람에 드러나는 것들

by 앤의하루


스산한 바람에 어깨를 한 번 움츠리고 나서야
'아, 가을이 지나갔구나'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지고
예고도 없이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데
그 소리는 묘하게 가슴을 건드렸다.
'아, 가을을 잃어버렸다'

두어 장 옷을 겹겹이 입고 문을 나서는 순간,
뺨을 감싸는 차가운 공기
내 안의 빈자리를 천천히 채워오는 느낌이었다.

그 자리를,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비워진 가을의 자리를,
겨울이 이미 발을 들이고 있었다.

차갑고도 시리다.
그 차가움은 어쩐지
조금은 쓸쓸한 듯 기분은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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