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물김치

가족이라는 묶음

by 앤의하루

뭐 먹을 게 없나…
한 손으로는 꼬르륵거리는 배를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며칠 전부터 간지러워 괴로웠던 귀를 슬쩍 후비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내 살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반들반들 예쁜 반찬통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용기인데도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아 조심스레 두 손으로 꺼내 뚜껑을 열었다.
‘에그머니’
엄마가 담가주신 열무물김치였다. 언제 넣어두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겉모습만 봐도 꽤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늘 “팔이 아프다." , " 허리가 아프다” 하시면서도

작년 내가 국수에 말아먹고 맛있다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담가보셨을 물김치다.
엄마 텃밭에서 키운 쪽파까지 송송 들어 있는.

맛있게 먹어줄 딸 하나 생각하며 차곡차곡 정성으로 담아냈을 그 물김치는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빛도 못 본 체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깨끗이 씻어낸 반찬통을 보면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아이고, 우리 딸 잘 먹었구나.”
혼자 흐뭇하게 웃으시겠지.
“다음엔 뭘 해줄까…”
조금은 행복한 고민도 하실 테고.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매번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가지런히 넣어두는

그 정성과 마음을 과연 나도 나의 아이들에게 건네줄 수 있을까.

그 무거운 반찬통을 들고 오면서도 엄마는 무거운 줄도 모르고 행복해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문을 나서며 “나 이제 가마.” 하던 엄마의 뒷모습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었다.
생각보다 따뜻한 반응도 못 해주는 딸, 툭툭거리는 손자까지.
엄마의 마음엔 작은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너 왜 할머니한테 그렇게 말하니!”라고 화를 냈지만,

결국 엄마 마음을 다치게 한 건 아무래도 나였던 것 같다.

조금 더 따뜻한 딸이 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넸다면… 하는 후회가 스친다.

그래서 오늘,
반짝반짝 반찬통을 닦으며 다짐해 본다.

내일은 엄마에게 따뜻한 저녁 한 끼를 꼭 대접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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