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일기
오늘도 긴 머리를 빗으며 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합니다.
가을인데 좀 짧게?
단발은 어떨까?
커트를...?
에고 아니다! 조금만 더 길러보고...
오늘도 머리를 빗으며 자르고 싶은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ㅋㅋ
...
유치원 교사로 만 3세 반을 맡았던 해에 있었던 일이에요.
역할놀이방에서 놀이를 하면 여자 아이들 손에 이끌려 거울 앞에 앉아야 했어요.
아이들은 제 머리를 빗기고 이곳저곳에 핀을 꽂고 머리띠는 몇 개씩 해주고는 '예쁘다' '공주 같아.'라며 좋아했죠. 가끔은 옆에서 다가와 제 머리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엉키게 되고 지저분해지는 것이 신경 쓰여 주말에 미용실에 갔어요.
큰 맘먹고 커트 머리에 펌까지~
간편한 준비에 기분이 좋아 룰루랄라~
월요일 유치원에 출근했어요. 선생님들은 새로운 변화에 관심 가지며 이쁘다 얘기해 주시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을 맞이하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좀~ 특히 여자 아이들은 머리가 어디 갔냐며 찾기도 해요.
유독 눈이 동그래지더니 고개를 돌려버리고 저를 쳐다보지도 않는 민이
'오잉~ 왜 그러지?'
"유치원 오면서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인가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는데 아이가 자꾸 저를 피해요.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아요.
"왜? 엄마한테 혼난 거야?"
팔짱을 끼며 나를 째려보더니
"남자로 변신하고 오면 어떻게 해! 머리가 남자잖아."라며 울어버려요.
"빨리 멀 붙이고 와~아~ 앙!"
어쩌죠? 방법이 없는데...
아이들이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속상해할 줄이야.
매일매일 등원해서 우리 선생님이 남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던 민이!!
순간 가발을 사야 하나 고민했던 그때~
...
그 이후로 어린 연령의 아이들을 맡는 경우 미용실 가기 전에 정말 많이 생각하게 돼요.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의 성향은? ㅋㅋ
올해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머리를 짧게 자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그럼 엄마 되잖아요. 안 돼요."라네요.
아마도 아이들을 새롭게 만나는 3월에는 늘 긴 머리로, 가끔은 양갈래로 머리를 따고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을 거예요. 놀이를 하면서는 길게 머리를 풀고 거울 앞에 앉아있겠죠? 그렇게 여자아이들과 친해지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