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다채롭게 그림을 마주한다.
서늘한 명화들과 함께 풍성한 교양을 담아낸 최고의 미술 교양서가 출간되었다. 헤럴드경제 ‘후암동 미술관’ 연재로 많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원율 기자가 [무서운 그림들]을 통해 아름답지만 기묘한 명화 속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선보인다.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누군가의 드레스. 마냥 하얗지 않은 치맛자락과 아래로 늘어트린 팔, 힘없이 툭 떨구어진 꽃이 기묘하게도 서늘함을 자아낸다. 또한, 검은 테두리와 띠지가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무서운 것 하나 없이 그 분위기를 조성한다. 잘 그려진 그림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무서운 그림들]의 표지에 대한 묘사다. 그리고 그 묘사는 이야기 구성을 닮았다. [무서운 그림들]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그림을 묘사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 점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단순히 그림을 자세한 묘사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그림 속 인물이 된 듯한 이야기, 그들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소설을 읽는 듯하다. 이러한 도입부는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구성적 특징은 궁극적으로 ‘미술’을 쉽게 전하고자 하는 목표에 달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전공자가 아니고 하물며 관련하여 크게 관심 두지 않는 사람의 흥미를 끌어내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무서운 그림들]은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라는 장치를 활용하여 그림을, 미술을 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쉽지만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마주한다.
1. 슬픔, 불멸의 명작으로 다시 태어나다.
- 아르놀트 뵈클린, <페스트>
충격적인 그림과 그보다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 유럽을 삼켜버린 ‘페스트(흑사병)’에 대한 그림이었다. 이야기 속 문장을 빌리자면 ‘일흔한 살의 노화가는 왜 이토록 끔찍한 그림을 그렸을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화가는 무엇에서 이토록 끔찍함을 엿보았던 걸까?
그것을 담아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뵈클린의 삶을 따라간다. 그가 처음부터 그림에 ‘죽음’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화풍도 달랐고 다루는 것도 차분할지언정 어둡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의 화풍이 달라진 계기, ‘죽음’을 다루게 된 과정을 읽어 내려갔다. 자식을 잃으며 겪은 ‘죽음’, 그 숱한 경험이 그가 ‘죽음’을 담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한다.
이는 [무서운 그림들]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그림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작가의 삶 전체를 조명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과정을 통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에게도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이야기를 구성하여 전하는 ‘그림 이야기’.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마주하며 책의 서두를 맞이한다.
2. 최악의 약탈자로부터 되찾은 황금빛 유산
-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Ⅰ>
다른 서적에서 클림트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색채에 집중하여 설명하던 서적이었던 만큼 클림트를 황금빛을 잘 활용하는 화가로 설명했다. 하지만 [무서운 그림들]에서는 그림 속 여인 ‘아델레’를 향한 클림트의 마음과 나치에게 그림을 빼앗기고 되찾는 과정에 집중하여 이야기한다.
클림트의 그림만큼이나 반짝이던 그의 명성에만 주목하던 것이 부끄러웠다. 명화에도 과거의 시간이 담길 수 있다면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Ⅰ>는 분명 고난이 담긴 그림일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 시간이 그림을 더욱 빛낸다고 느꼈다. 애틋한 탄생 배경과 돌려받기까지 지난한 세월이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까지가 클림트의 그림에 담긴 의미다.
쉽게 몰입하여 삽시간에 읽는 책,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충분히 재미를 선사하는 책. [무서운 그림들]이 전하는 명화 속 이야기에 빠질 시간이다.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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