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한 책, <데미안>

by 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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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타계 60주기 기념, 그가 옮긴 <데미안>의 복원본이 출간되었다.




데미안은 그 이름만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여러 예술작품에서 오마주 되거나 해석 및 해설서까지 만들어진다. 교복 입은 학생들의 필독서였으나 학창 시절은 치열한 공부와 숫자뿐인 성적이 전부였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던 어린 학생은 성년이 되고서도 <데미안>을 읽지 못했다. 때로는 어렵다, 때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필독서를 무시했다. 그때 읽었더라면 조금은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1. 삶이란 무엇인가

<데미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옛 언어로 쓰인 삶에 대한 철학적 고뇌라고 할 수 있다.


싱클레어가 그랬듯 데미안에게서 등장부터 압도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목을 끌었다. 그가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도 ‘데미안’, 그의 이름을 되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싱클레어가 되어 그 혼란과 데미안의 힘을 느낄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에 쉽게 갇히는 이들은 점차 그 사고의 틀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감사와 부끄러움, 놀람과 불안, 애착과 내적 반항이 뒤엉킨 채, 그에게서 느꼈던 고통스런 감정을 가지고 남아 있었다. _헤르만 헤세, <데미안>, p.75.

싱클레어는 자신이 속한 곳을 ‘두 세계’로 나누곤 한다. 위 문장은 그러한 그의 내면에서부터 양립하기 어려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입체적이다. 인간을 선과 악의 기준으로 뚜렷하게 나눌 수 없다. 좋으면서도 싫은 양가감정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을 맞고 틀린 것의 문제로 다루기도 한다. 혹은 권선징악의 이야기에 매몰되고는 한다. 양립하는 무언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 ‘나’를 아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싱클레어가 스스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되뇌고 되묻는 이러한 과정에 독자는 공감과 이해, 성찰하게 된다.



2. <데미안>의 가치를 그대로 전하는 일

책의 본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작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읽는 내내 옛 언어로 쓰인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문체였다. 쉽게 읽어낼 수 없는 문장들이 있었다. <데미안>의 어려움은 그러한 문체에서 기인한 것인가 싶었다. 현대 문학도, 국내 작품도 아니었으니 그 어려움은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과 별개로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이 비유를 통해 전달되는 것도 한몫했을 듯하다. 초반의 두 세계를 이야기하는 싱클레어의 말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책장을 덮은 후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체에는 익숙해지고 비유로 전달한 모든 내용은 점차 이해되기 시작한다. 또한, 그러한 요소가 오히려 <데미안>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의 감동을 최대한 전할 수 있도록 번역하여 전달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한글로 쓰인 문장 사이에 존재했다. 그렇기에 개정판을 출간하면서도 옛 맞춤법만을 수정한 것이 아닐까. 맞춤법을 수정해도 특유의 문체는 남을 수밖에 없어서, 비유가 아름다운 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서, 때로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등장하곤 하지만 고전의 가치를 최대로 머금은 이야기가 되었다.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 그의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소 짧은 듯한 호흡으로 전개되는 서사 속에서 특정 사건, 특별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어떤 감정이 전해질지 예측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혼란을 겪었던 학창 시절에 학업이란 이유로 미루지 않았다면 좋았을 작품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삶을 살아가는 법은 어떤지 <데미안>을 통해 들여다봤다면 상처를 다스릴 수 있었던 과거가 됐을 테다. 그러니 혼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더욱 큰 혼란을 느낄지언정 고찰하고 고뇌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제안하고 싶다. 그것이 이 과정에서 습득한 방법이다. 어려워도 생각을 끝없이 이어가며 받아들여야만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데미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고전인 이유를 체감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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