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사귄 친구가 한 명 있다 같이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친구였는데 원래 같이 다니던 친구무리와 사이가 틀어졌는지 항상 혼자 다녔다 그 이후로는 나랑 친해져서 거의 함께 다녔다 나는 원래 나랑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소개해주면서 우리들은 항상 뭉쳐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나를 불러서 이런 말을 했다
"너 왜 재랑 친하게 지내?"
"방송반에서 친해지게 됐는데 아주 재밌는 애야 왜?"
"재 소문이 별로 안 좋아 웬만하면 친하게 지내지 마 "
솔직히 원래 지내던 친구무리에서 왜 혼자 떨어져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묻지 않았다 그 친구는 나한테 아주 잘 대해주었고 다른 애들이 오해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친하게 지내다 어느 순간부터 걔가 나를 은근히 따돌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열심히 공부하거나 선생님께 칭찬을 듣는 날은 노골적으로 싫어하면서 따돌렸다 점심 먹으러 갈 때도 나한테는 말하지 않고 친구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가서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뒤늦게 따라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게 대놓고 따돌리는 게 아니라 자기 기분이 좋을 때는 나를 챙겨주고 하면서 친하게 지내서 나는 '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자기가 무리 우두머리를 자처하면서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을 그 친구는 아주 싫어했다 내가 성적이 좋게 나오면 짜증 내고 공부하면 공부하지 말라고 문제집을 뺏거나 점점 질투의 강도가 심해졌다 그걸 계속 참고 견디다가 나중에는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걔이름을 유서에 쓰고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때부터 남들 눈치 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그전까지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그때 이후로는' 내가 공부하면 다른 애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숨어서 공부하거나 항상 남들의 눈치를 봤다
그 친구 때문에 나는 '친구란 원래 서로 잘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질투하는 관계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축하해주고 있지만 속으로는 싫어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 친구란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랑은 나중에 내가 견디다 못해 다른 친구들에게 나의 이런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무리에서 말도 없이 떨어져 나왔다 걔네들도 딱히 나한테 머라고 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성격도 좋고 착한 친구들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 친구들도 속마음은 그 친구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겉모습으로는 축하해 주었지만 속으로는 짜증 났다 그 친구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친구란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1~2학년을 같이 친하게 지내다 3학년이 되기 직전 몸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휴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1년 휴학 후에 자퇴를 했다)그래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나눠주었는데 몇 시간 이후 편지를 받은 친구들이 나를 불렀다 부른 장소로 가보니 친구들의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울고 있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왜 울지? 진짜 우는 건가 아니면 우는척하는 건가?' 나는 생각했다 친구들은 울면서 네가 그렇게 아픈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면서 나를 꽉 안아주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 아 이 친구들은 진심이구나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나를 위해서 울어주는 거구나 '
친구들도 속으로는 내가 잘되는 것을 싫어하고 질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친구들이 아니라 나였다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친구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더라도 나는 울지 않았을 것이다 겉으로는 걱정하는 체 했겠지만 속으로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정말 많은 자기반성을 했다 쓰레기는 친구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듯 친구들에게 선물과 감사편지를 나눠주면서 마지막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도 수능날 전에는 따로 찹쌀떡을 주문해서 친구들에게 시험 잘 보라고 나줘주러 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내가 진심으로 친구들의 행복을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위선이 아니라 진심으로 친구가 잘되기를 빌어줄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친구란 친구의 행복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픔에 같이 아파해주는 사이라는 것을 친구들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들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만약 자신의 친구가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적이 있다면 그 친구가 다른 좋은 점을 가졌다고 해도 멀어지는 것을 권한다 계속 같이 있어봤자 결국 상처받는 것은 나이다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는 친구는 진짜친구가 아니다 그런 친구는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은 나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쳐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친구는 힘들지라도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