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을 한 지 14일이 지났다 하지만 중간에 교육이 있었고 이번 추석연휴가 너무 길어서 실제로 내가 출근한 횟수는 3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출근하면서 다시 첫 출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교육에서 사회초년생들이 알아야 할 기본상식들에 대해서 배웠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인사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아침에 인사를 할 때 '안녕하세요'라고만 말했는데 강사님께서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처럼 알파로 무언가를 덧붙이면 더 좋은 인사가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은 들어갈 때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를 드리니 '밝아서 너무 좋네 '하면서 다들 좋아해 주셨다 운전하면서 계속 인사연습하면서 갔는데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아침인사를 해야겠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첫 출근날은 다들 바빠 보이는데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앉아있다만 온 것 같다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인수인계도 받고 내가 혼자서 조금씩 일처리도 해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지금 이 시간대의 과거의 난 집에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면서 엄마,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퇴근한 후 수영장까지 다녀오니 집에 오니 8시가 넘어있었다 오랜만인 것 같다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다는 느낌이 든 적은.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몸상태가 안 좋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있는 경우가 많았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20대를 그런 식으로 보냈으니 나는 하루하루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같았다 다른 또래 친구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 다니는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하니 내 인생이 정말 불쌍하고 비참했다
나에게 내일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날이 계속될 거니까 말이다 모두가 출근한 텅 빈 집에서 나는 그저 계속 기다릴 뿐이다 티비를 틀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렸을 때 내가 꿈꾸던 인생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요즘 내가 가장 행복한 것은 다음날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항상 창문밖에서 부모님이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부러웠다 매일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마지막으로 매일 학교를 다닌 게 거의 10년 전이다 그때는 정말 학교 가기 싫고 힘들었는데 투병기간 동안에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얼마나 학교와 친구들이 그리웠는지 학교에 다시 다니는 꿈을 꾼 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요즘 나는 그렇게 꿈꿔왔던 학교에 다시 다니는 기분이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밥을 먹고 새로운 일을 배워가는 게 정말 행복하다 항상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반복해 왔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스스로가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 느껴보는 변화였다 내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항상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오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생각한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점심은 뭘 먹을까? , 무슨 일을 배우게 될까? ' 내일 경험하게 될 일들이 기대돼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랄 정도이다 만약 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상이 이렇게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이 있기에 행복이 있다는 말처럼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워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인생이 한번 살아볼 만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