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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Sep 30. 2023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기

사회성을 다시 회복하자

첫 출근한 지 3일이 지났고 그 이후에 신규교육을 3일 받았다 나는 1주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4년 전 알바를 그만둔 이후로 모르는 사람과 이렇게 대화를 나눠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은둔생활을 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째. 상대방 눈을 잘 못 쳐다본다

대화를 나누다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깜짝 놀라서 피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상대와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불편하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눈을 마주 보는 게 어색하고 어렵다 모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예의라는 말을 들었다 또한 자신감 있는 모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도 아이컨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유튜브를 보니  눈을 마주 보는 게 힘들다면 미간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앞으로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인사하는 것에서부터 아이컨택하는 연습을 해나가야겠다


둘째. 성격이 많이 소심해졌다

사실 나는 소심한 성격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활발한 성격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알바를 그만둔 이후로 그나마 있었던 사람들과의 접점이 아예 사라지자 성격이 다시 소심하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친구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 MBTI를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검사했을 때 나왔던 유형인 ENFJ를 말해줬는데 친구가 그 말을 듣고 나에게 말했다 "네가 E라고? I 아니라?" 순간 나도 그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 내가 내 성격을 봐도 E가 아니라 I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전처럼 사람들과 마주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기보다는 혼자서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기 싫었고 마주치는 것도 꺼려했다 그래서 다시 MBTI를 검사해 봤는데 역시나 INFJ가 나왔다


이번 신규교육에서도 나는 다른 동기들보다 많이 소극적이었다 실무를 위한 간단한 교육을 듣고 동기들 간의 친밀감형성을 위한 여러 레크리에이션게임을 했는데 다른 동기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며 적극적이었지만 나는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선뜻 말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을 걸면 엄청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아 내가 아직 사회성을 덜 회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3일 차에는 내가 먼저 말도 걸고 하면서 점차 나아지기는 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그렇지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사회성은 다시 회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동기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학생활을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동기들이 대학교 OT에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대학교 OT는 이런 분위기구나'하고 내심 이렇게라고 내가 그동안 그렇게 꿈꿔왔던 대학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또래와의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육이 끝나고 저녁에 같은 조끼리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신분증 다들 챙겼지?'라고 한동기가 물어봤다 다들 '당연하지'라고 말하는 있는 와중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분증을 다들 가지고 다니는구나 ' 그때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친구들은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저녁 늦게 술집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날 때 신분증을 챙겨서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냥 친구들 만날 때처럼 체크카드 하나만 챙겨서 왔다 다행히 가게에서 몇 명만 검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여서 술자리에는 참석할 수 있었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다 ' 신분증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였구나...'


앞으로 이런 일들은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후로 내 또래 사람들과 접하지 않은지 언 10년이 지났다 뒤쳐지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때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새로운 사실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자 그동안 은둔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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