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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Aug 18. 2023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우연히 인상 깊은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최태성선생님께서 강의 중 하신 말씀이신데 듣자마자 잊고 있었던 내 꿈이 생각났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의사가 되고 싶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나처럼 병명 없이 몸이 아파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6학년때부터 무릎 쪽에 알 수 없는 통증이 생겼다 처음에는 성장통인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아픈 통증이라기보다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간지러운 통증이라 그 통증이 심한 날은 나는 잠을 잘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근처 병원에 가도 의사 선생님께서는 처음 보는 증상이라고 말하며 진통제만 처방해 주셨다 하지만 어떤 약을 먹어도 효과는 없었다 학교에 가면 하루 중 절반을 앉아있어야 하는데 나는 통증 때문에 계속 다리를 떨다가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야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도 통증이 심해져 선생님께 야자를 빼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말하셨다


"하루 네가 불편한 건 알겠는데 네가 딱히 병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만 계속 야자를 빼주면 다른 애들은 너만 편애한다고 생각할 수 있단다 불편하더라도 참아보는 게 어떻겠니? "


선생님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나도 앉아있고 싶은데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러지 못하는 건데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선생님께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가방을 싸고 나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자마자 나는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서 그런 소리는 들으니까 갑자기 내 상황이 너무 서러웠다


엄마께서 자초지종을 듣으시더니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하셨다 그날 엄마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밤새도록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심하다가 아무래도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 중 하나인 대형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큰 병원이라면 내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증상을 듣더니 보통 증상과는 다르지만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하지불안증후군은 밤에 잘 때 종아리에 통증이 생기고 나는 종아리가 아니라 무릎이고 통증이 생긴 이후로 그 통증이 없어진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맞지는 않지만 통증느낌이 비슷하니 약을 먹어보자고 하셨다 치료를 위해 나는 약을 정말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효과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대형병원을 전전했던 것 같다 신경과 정형외과 정신의학과 수면정신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의사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우울증같이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뇌에서 통증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 저는 통증이 시작된 6학년때부터 우울증을 겪은 적이 없는데요 저는 진짜 아픈데요 정신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정신적으로 멀쩡해요 "


나는 큰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들이 희귀병이라도 치료해 주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 써가며 노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병명이 없는 환자는 그 밖의 다른 환자들로 바쁜 상황에서 그들의 관심밖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의미 없이 정신과 약만을 복용하다가 엄마한테 말했다


" 병원 그만 다닐래 약 먹어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의사 선생님이 고칠 수 없다면 내가 고치면 돼 "


그 후로 나는 도서관에서 의학 관련 책을 마구잡이로 읽기 시작했다 의학서적부 터해서 병원에서도 포기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식단을 개선하고 건강에 좋은 방법은 이것저것 다 시도했다 그리고 침술이나 대체의학 치료를 받았다


대체의학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이곳저곳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전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병이 완치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까지 찾아왔다고 하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얼마나 하셨는지 지금까지의 여정을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그날은 서로 울면서 보냈던 것 같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한테 말했다


" 꿈이 생겼어 난 의사가 될 거야 병명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는 많으니까 나는 희귀병이나 병명 없이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의사가 될 거야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건강해져야겠지? 치료도 열심히 받고 자연의학에 대해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어 "


하지만 몸상태는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보통사람보다는 많이 약했다 의대에 가려면 하루종일 공부해야 하는데 아픈 몸으로 그렇게 공부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20대 중반까지 의대에 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나는 내 몸상태에 지고 말았다 이런 몸으로는 의대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하고 싶어도 도와주지 않는 내 몸에 화도 많이 났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게 꿈을 포기한 이후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과거를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그래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여기에 다 적기는 힘들지만 여러 힘든 일이 많이 있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도재도 지내보고 죽으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내 꿈을 잊고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심정으로 살았던 것 같다






투병생활을 한지 언 10년이 지났다 계속 넘어지고 일어나는 삶을 반복해 왔다 지금까지 내 인생을 설명하자면 살아남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도 내 병을 고치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상태가 많이 회복한 상태이다 날씨에 따라 몸상태가 급변하고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아플때도 있지만 그래도 참고 살만하다 그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우연히 그 구절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이 생각났다


'난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왜 의사가 되고 싶었지?'

'맞아 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의사가 되고 싶었지'


결국 난 의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변하지 않았다 내 또래 친구들이 대학교를 다니고 스펙을 쌓아갈 때 나는 계속 투병생활을 하며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내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의학서적과 책들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적용해 보면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건강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의 상담을 종종 해주면서 반의사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꿔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지금까지 난 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기 전까진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관심분야는 자연의학과 예방 부분으로 예방의학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왔었다 여러 사람들과 건강상담을 해주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방식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거의 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고쳐야 할 식습관과 자신에게

맞는 운동 찾기 , 자연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주곤 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꼭 의사가 되어야만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새로운 꿈이 생겼다 다시 의학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 까지지는 내 병을 고치기 위해 공부를 했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나중에 영양학과에 입학해서

공부할 생각도 하고 있다 그렇게 공부를 좀 더 해나가다가 나중에 건강 관련 유튜브를 만들 생각이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한 이후로 아무런 의욕도 들지 않고 하루하루 의미 없게 살아왔는데 다시 꿈이 생기니 의욕도 생기고 일상에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살아갈 이유가 또 하나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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